[저자와의 만남] 당나라로부터 1400년… 대륙 속 기독교를 기록하다

국민일보

[저자와의 만남] 당나라로부터 1400년… 대륙 속 기독교를 기록하다

‘대륙의 십자가’ 함께 쓴 송철규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연구교수·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입력 2020-05-22 00:06 수정 2020-05-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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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규 연구교수(왼쪽)와 민경중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카를 마르크스는 지배 계급의 착취를 정당화한다는 이유로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 규정했다. 공산주의 국가 중국은 이에 부응하듯 종교에 부정적이다. ‘종교사무조례 수정안’을 내 정책적으로 종교를 통제한다. 태평천국 운동 등 신흥 종교의 발흥이 기존 체제에 위협을 가했던 사례가 중국 역사에 적잖은 것도 강력한 종교 통제의 배경이다. 이념이나 역사 측면에서 중국은 종교에 트라우마가 있는 셈이다.

신간 ‘대륙의 십자가’(메디치미디어)는 이런 중국에 1400년 전 당나라부터 현대 중국까지 기독교 역사가 고고히 흘렀다는 걸 증명한다. 중문학 박사인 송철규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연구교수와 언론인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7년간 중국 14개 도시와 영국 런던의 중국선교본부를 답사해 완성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송 교수와 민 총장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83학번이자 기독교인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둘의 의기투합은 2016년 우연히 마주친 모교 교정에서 이뤄졌다. 당시 송 교수는 폐교 위기에 놓인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 진로가 불안정했다. 민 총장은 다니던 회사의 사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책은 둘 다 ‘광야 시절’을 겪던 중 계획됐습니다.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하나님이 경영하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민경중)

‘중국과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정리해보자는 민 총장의 제안은 송 교수에게 낯선 게 아니었다. 둘은 나름대로 2013년부터 중국 여러 도시를 다니며 중국 기독교 역사를 정리해왔다.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여겼지만, 신학자가 아니라 주저됐는데 서로의 중국 연구와 신앙을 믿고 집필에 나섰습니다.”(송철규)

이들은 책을 연대기 순이 아닌 공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중국 5대 제국인 ‘당·송·원·명·청’의 발흥 지역이 서로 다른 데다, 기독교와 관련된 주요 사건도 시간보다 공간에 더 크게 좌우됐다는 이유다.


글은 서양의 기독교와 동양의 문명이 처음 마주한 시안에서 출발한다. 당나라 수도였던 이곳엔 당나라 기독교 전파 경위가 담긴 ‘대진경교유행중국비’가 있다. ‘대진경교’는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의 중국명이다. 천지창조와 삼위일체 등 기독교의 교리가 한자와 시리아어로 기록된 이 비석은 당시 동서 문명 교류의 흔적을 한눈에 보여준다. 베이징에선 당나라에서 흥왕했다가 송나라에서 미약해진 경교가 원나라에서 다시 부흥한 이야기를, 항저우에서는 명·청 교체기 기독교의 상황을 전한다. 광저우와 원저우, 전장과 허페이, 선양 등에선 서양 선교사의 일대기를 담았다.

특히 선양에선 최초의 한국어 성경과 영문판 한국어교재를 펴낸 존 로스 선교사의 활약이 소개된다. 기독교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닿는 순간이다. 대장정은 대만을 거쳐 영국 런던의 선교사 묘역에서 마무리된다. 동·서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세계 기독교 역사가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각 장 말미엔 저자들의 해당 도시 답사기가 수록돼 있는데, 중국 기독교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 적잖다. 이들은 2017년 원저우 방문 당시 찾은 산장교회 터에서 붉은 십자가를 발견한다. 중국 당국이 십자가 크기가 건축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완공 직전의 산장교회를 2014년 철거했는데, 이를 기억하는 교인들이 교회터에 있는 나무에 십자가를 걸었다. “눈에 보이는 교회는 파괴됐지만, 마음속 교회는 여전히 살아있었다”고 책은 기록한다. 저자들은 2020년 현재 중국 기독교인이 1억 명에 달하는 점을 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10년 후엔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낙관한다.

중국 현지 교회 목사가 바라본 한국교회 선교에 관한 생각도 나온다. 상하이의 한 조선족 목회자의 말이다. “한국교회는 중국교회에 2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돈 많은 회장님처럼 주도권을 잡으려 했고, 그다음엔 대학교수처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훈계했다. 이런 관계는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예수 믿는 형제로서 서로 필요를 채우는 새로운 단계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중국선교 방향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