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900명에 예수 사랑 오래도록 전하고 싶어”

국민일보

“한센인 900명에 예수 사랑 오래도록 전하고 싶어”

과거 외국인 선교사들처럼… 인도네시아판 소록도에서 헌신하는 한국 선교사들

입력 2020-05-21 00:01 수정 2020-05-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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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땅그랑 지역 시따날라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한국인 선교사들이 개설한 공부방에서 수업을 듣다가 환하게 웃고 있다. 아가페웨슬리인도네시아재단 제공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10여㎞ 떨어진 땅그랑 지역 시따날라 마을. 이곳에는 한센인 900여명이 살고 있다. 구걸이나 청소를 하며 연명하던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팍팍하게나마 이어가던 일상까지 무너졌다.

현지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긴급 구호에 나섰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지난해 아가페웨슬리인도네시아재단(이사장 한태기 장로)을 만들어 한센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코로나19 이후 빛을 발하고 있다. 선교사들도 한센인 마을에 직접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고 5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했다.

선교사들은 지난 4일부터 닷새 동안 현지인들을 통해 ‘슴바코’를 전달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슴바코는 쌀 옥수수 우유 달걀 설탕 소금 고기 식용유 등유 9가지 생필품을 의미한다. 선교사들은 시따날라를 비롯해 인근 마을 1458가정에 슴바코에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을 더한 긴급구호품을 전달했다. 다음 달에는 2차 긴급구호를 할 예정이다.

선교사들이 이 마을을 처음 찾은 건 지난해 3월이었다. 매달 두 차례 방문해 한센병 환자들의 환부를 소독하고 의약품도 지원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공부방도 개설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선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교육도 했다. 태권도도 가르쳤다.

박영근 선교사(오른쪽 첫 번째)가 태권도를 가르치는 모습. 아가페웨슬리인도네시아재단 제공

공부방 팀장 박영근(39) 선교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모들은 한센인이고 지역은 소외돼 있어 아이들이 꿈을 갖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전한 건 작은 사랑이었는데 아이들이 변화하는 걸 보니 그 기쁨이 무엇보다 크다”고 했다. 이어 “종교적인 이유로 공부방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돈을 버느라 못 오기도 하지만 공부방은 인기 만점”이라고 했다.

시따날라 마을은 우리나라의 소록도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재단 실무이사장 권혁수(41) 선교사는 “과거 소록도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역사가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다”면서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해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시따날라 마을 주민들에게 오래도록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 선교사는 “불가항력의 전염병 앞에서 오히려 사랑의 힘을 느낀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한센인들을 만나면 더 많은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역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