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당신의 저녁

국민일보

[시가 있는 휴일] 당신의 저녁

입력 2020-05-21 18:21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예전에는 당신을 눈빛으로 알아봤는데 이젠
냄새로 당신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우는 일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항상 내 곁에 있는 당신
서로 생선뼈를 발라주며 밥을 먹었다
당신의 냄새가 좋아
우리는 욕심과 고요 사이를 아슬하게 지나고 있었다
할 일이 없을 땐 싸웠다
싸우고 나면 너무 많은 생선뼈가 쌓였다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날마다 저녁은 올 것이고
그 저녁은 울음 자체이므로

김대호의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시에는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라는 시구가 세 번 반복된다. 상실감으로 무너진 마음을 다잡으려는 다짐처럼 들린다. 시인은 끄트머리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울지 않는 이유는 저녁이 오기 때문이라고, 저녁은 울음 그 자체라고. 즉, 시인에게 저녁은 울음의 시간인 셈이다.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작품처럼 여겨지는데, 시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독자의 몫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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