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에는 최소 20만종에 달하는 생물이 산다”

국민일보

“당신의 집에는 최소 20만종에 달하는 생물이 산다”

[책과 길]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롭 던지음, 홍주연 옮김, 까치, 368쪽, 1만7000원

입력 2020-05-21 18:39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엔 세균이 많다. 개나 고양이가 바깥에서 세균을 묻혀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동물의 털에도 다양한 세균이 서식하고 있어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응용생태학과 교수인 롭 던은 언젠가 노스캐롤라이나 주택 40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개를 키우는 가정은 반려동물이 없는 집보다 실내 세균이 4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로 인한 세균이 인간에게 해만 되는 건 아니다. 개를 키우는 집에 사는 아이는 알레르기나 습진, 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낮다. 저자는 “이들(반려동물)이 데리고 들어오는 세균종이 우리에게 부족한 세균과의 접촉을 보충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는 반려동물을 포함해 인간과 집에서 공존하는 다채로운 생명체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현대인 대다수가 ‘호모 인도루스(Homo indoorus)’, 즉 ‘실내 인간’으로 살고 있어서다. 미국만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하루의 93%를 실내에서 보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실내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누구에게나 유익한 일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첫머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집 안에서 발견되는 생물종이 많아봤자 수백 종 정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조사를 했더니 그 수가 최소 20만종에 달했다. 집에서 발견되는 세균의 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조류와 포유류의 종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미국 가정 1000곳을 조사했더니 발견된 세균은 8만종에 달했다). 저자는 실내를 멸균 상태로 만들려는 노력이 유익한 미생물을 박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우리에게 해로운 종보다는 유익한 종들로 실내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웬만해선 생명체가 살기 힘들 것 같은 국제우주정거장에도 미생물은 존재했다고 한다. 이처럼 ‘집은 결코…’에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독특하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속절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저자의 필력 역시 인상적이다. 책에는 ‘생물학자의 집 안 탐사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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