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진 중 어느 쪽 볼 때 당신 동공 커지나요?

국민일보

두 사진 중 어느 쪽 볼 때 당신 동공 커지나요?

[책과 길] 매드 매드 사이언스 북/레토 슈나이더 지음, 고은주 옮김/뿌리와이파리, 340쪽, 1만5000원

입력 2020-05-21 18:22
같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여성의 동공 크기가 다르다. 미국 시카고대 한 교수는 두 사진을 보여준 뒤 남성들 동공이 어느 사진을 볼 때 커지는지 살폈다. 결과는 동공이 큰 오른쪽 사진을 볼 때 남성들 동공도 덩달아 확대됐다. 여성의 큰 동공이 상대에게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여서 남성들 역시 동공이 확대됐다는 게 이 실험의 결론이었다. 눈이 마음의 창(窓)이라는 말은 얼마간 사실이었던 셈이다. 뿌리와이파리 제공

콧구멍이 2개인 이유는 뭘까. 눈이나 귀가 쌍을 이루는 까닭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려고, 소리가 난 쪽을 빠르게 파악하려고 눈과 귀는 각각 2개일 게다. 문제는 콧구멍이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듯싶다. 냄새의 근원지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빨리 판단하려고 콧구멍은 2개인 거라고. 한데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기에 콧구멍 2개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지 않던가. 요령부득인 이 질문의 답을 알아내려면 결국 실험을 해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네 과학사에는 콧구멍의 비밀을 파고든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물리학과 학생이었던 제스 포터. 그는 실험 참가자 32명에게 안대 귀마개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게 한 뒤 초콜릿 냄새가 나는 밧줄을 따라가게 했다. 참가자 3분의 2는 초콜릿 냄새를 추적해 근원지를 발견해냈다. 그다음 실험은 콧구멍 한쪽을 막으라고 한 뒤 이뤄졌다.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는 겨우 3분의 1일이었다.

포터는 이 실험을 통해 콧구멍이 2개인 덕분에 인간이 “콧구멍 속 냄새의 농도 차”를 통해 “입체적으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커다란 코딱지를 파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속 시원한 결론. 덧붙이자면 그가 실험을 통해 밝혀낸 추가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의 냄새 추적 속도는 더뎌서 10m를 나아가는 데 38초나 걸렸다” “참가자 4명이 나흘간 냄새 따라가기 연습을 했더니 마지막엔 2배 빠른 속도로 과제를 수행했다” “개처럼 더 빨리 킁킁댈수록 냄새의 자취를 파악하는 속도는 빨라진다”….

미친 과학의 역사

2008년 국내에 출간된 ‘매드 사이언스 북’은 미친(mad) 짓을 감행한 학자들 스토리를 소개해 화제가 됐었다. 그 책에 실린 이야기 중엔 기함할 만한 내용이 수두룩했다. 단두대에서 잘려나간 머리가 얼마나 살아있을까, 강아지를 96시간 동안 안 재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리화나에 찌든 거미가 짠 거미줄은 어떤 모습일까….


‘매드 매드 사이언스 북’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매드 사이언스 북’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그랬듯 엉뚱하고 기발하고 기괴한 과학과 심리학 분야 실험 91개가 실려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내용은 엽기적인 실험들. 미국 뉴욕 의과대 교수였던 19세기 학자 그레임 해먼드 이야기부터 보자. 그는 언론에서 교수형의 고통을 끔찍하게 표현하는 게 달갑잖았다. 독자로 하여금 사형수에게 “마땅치 않은 동정심”을 갖게 한다고 여겼다. 그는 교수형이 생각만큼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수건으로 목을 조이는 실험에 나섰다. 실험 끝에 그가 도달한 결론, 즉 “교수형을 집행하는 올바른 방법”은 “사형수를 바닥에서 높이 들어 올려 30분 동안 매달려 있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미친’ 실험에 나선 이가 또 있었다는 거다. 루마니아 법의학자 니콜라스 미노비치는 목을 매달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고, 스스로 목을 매는 ‘연습’을 반복해 26초까지 교수형을 견뎌냈다.

기대에 어긋나거나 통념에 반하는 실험, 아직도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다룬 글도 간단없이 이어진다. 개가 주인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세상에 차고 넘치는데, 진짜로 개는 “구조 능력”을 타고났을까. 반려견의 주인들이 각각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책장에 깔려 정신을 잃은 듯한 연기를 펼쳤을 때 구조에 관심을 보이는 개는 거의 없었다. 어떤 개는 주인이 쓰러지든 말든 다람쥐에 정신이 팔려 다람쥐 사냥에 나섰고, 또 다른 개는 다른 행인에게 가서 아양을 떨었다. 실험에 참여한 한 견주는 허탈해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널 700달러나 주고 샀는데, 내가 헛돈을 썼구나.”

축구경기에서 홈팀의 승률이 높은 이유를 분석한 내용도 눈여겨봄 직하다. 원정팀이 불리한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①원정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고단함, ②원정 경기장에선 느낄 수 없는 친숙함, ③홈팀만을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 그런데 ①번이나 ②번은 답이 될 수 없다. 선수들은 바로 옆 도시로 원정을 가더라도(고단함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원정경기의 핸디캡을 느낀다. 홈그라운드처럼 원정 경기장이 인조잔디여도(원정 경기장 여건이 친숙하더라도) 홈경기보단 승률이 낮게 나온다. 결론을 말하자면 홈경기 승룔이 높은 이유는 ③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영국 학자가 실험을 통해 내놓은 결론을 보면 심판은 홈팀의 반칙을 30%만 적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웬만한 심판들은 “12번째 선수”인 관중들의 환호 탓에 홈팀에 유리한 기우뚱한 판정을 내리게 된다.

과학과 인간의 본질

‘매드 매드…’에는 이렇듯 다채로운 실험을 소개한 글이 한가득 담겨 있다. 단조로워서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저자의 맛깔스러운 필력 덕분에 누구에게나 재밌을 법한 책이다. 엽기적인 실험을 한데 모은 그렇고 그런 교양서라고 넘겨짚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과학책 진입장벽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과학 입문서다.

이 책의 백미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자문하게 만드는 실험들이다. 1960년 영국의 한 심리학자가 벌인 실험을 보자. 그는 참가자들에게 ‘E’ ‘T’ ‘4’ ‘7’이라고 각각 적힌 카드 4장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엔 “한 면에 모음(‘E’)이 있는 카드 뒷면엔 짝수가 있다”는 규칙을 제시한 뒤 이 규칙이 적용되고 있음을 증명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할지 물었다.

대다수 사람은 ‘E’ 카드만, 혹은 ‘E’와 ‘4’ 카드만 확인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답이었다. 정답은 ‘E’와 ‘7’. ‘7’의 뒷면에 모음 알파벳이 적혀 있다면 저 규칙은 성립되지 않는다(실제로 실험 참가자 128명 중 정답을 맞힌 사람은 5명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 실험을 소개한 뒤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신념이 한 번 증명되면 그 신념을 반증하기를 꺼린다. 사이비 학문과 음모론을 열렬히 맹종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치고 좌절하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우직하게 길을 개척한 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과학의 본질까지도 되새겨보게 된다.

위험천만한 실험들이 많이 소개된 탓에 책의 첫머리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실험을 따라하지 마십시오. 옮긴이와 출판사는 그 실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불상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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