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마지막 시험대, 등교 수업

국민일보

[여의춘추] 마지막 시험대, 등교 수업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0-05-22 04:01

고3 등교 수업 시작했지만 감염될까 불안한 마음은 여전
코로나는 질기고 잔인하지만 방역수칙 지키면 물리칠 수도
K등교 세계적 롤모델 가능성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활기찬 교실 돌려주는 게 어른의 의무

고등학교 3학년이 마침내 학교에 갔다. 전국 단위 학력평가도 치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사실상 첫 평가다. 멈췄던 대학입시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진학과 진로 준비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학교에 간다. 그토록 바라왔던 개학인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무겁다. 하필 고3이 학교 가는 날,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출렁거렸다. 인천지역에선 고3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66개 학교의 등교가 중단됐다. 이들 고3은 학력평가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치렀다. 학교 갈 날을 기다리며 설렜을 이들은 다시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문제는 이게 언제 어느 곳에서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국에 고3만 약 45만명이다. 이들이 모이는 데 감염자가 없을 리 없다.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학교는 바로 문을 닫는다. 그렇게 다시 원격수업에 들어간 고3의 상실감은 모든 고3이 같이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클 것이다. 산발적인 감염이 계속돼 특정 지역에서 대면 수업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다면, 혹여 전국 단위 모의고사를 반복적으로 못 치른다면 포항 지진 때 그랬듯이 공정의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3 등교에 맞춰 교육부에서 내놓은 지침에는 비장함마저 흐른다. 감염병 전담 구급대, 즉시 출동, 비상근무체계 등의 용어가 시국의 엄정함을 느끼게 한다.

교육부는 5월 중에만 등교하면 대입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행정적인 타임테이블일 뿐이다. 고3의 리듬은 이미 무너졌다. 내신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공부해온 재수생에 비해 불리할 게 뻔하다. 하필이면 올해 고3인 상황이 억울하고 원망스러울 뿐이다. 고3 1학기 성적은 고교 내신의 50%를 차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기준인 생활기록부 작성 일정도 빠듯하다.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3은 등교를 정말 기다렸다.

교복으로 맞춘 동복은 입어 보지도 못하고 하복으로 학교 가게 된 1학년도 마찬가지다. 기나긴 입시 터널을 지나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의 지나간 봄은 누가 보상해 줄까. 왁자지껄했을 캠퍼스의 추억이 아쉽기만 하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던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 학부모도 등교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이제 아이들을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코로나는 생각보다 질기고 잔인한 놈이다. 증상 없이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처음인 데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위험하게 만든다. 감염 속도는 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 한두 달 내에 사라질 바이러스가 아님을 우리는 감지하고 있다. 가을에 대유행이 온다는 말도 있다. 하루 확진자가 50명 이하로 유지되면 이젠 이런 상태로 코로나와 같이 살아야 된다는 게 보건 당국의 분석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는지 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수칙,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만 잘 해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 속에 우리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2300만여명이 참여한 총선을 감염자 없이 치러냈다. 기적 같은 일이다. 메이저리그를 보던 미국이 지금은 중계료를 내고 한국 프로야구를 관전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언제 우리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관심 많은 사안에 대해 선도했던 경험이 있었나. 이런 자부심은 우리 국민이 공유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마지막 시험대는 등교 수업이다. 뉴욕타임스는 고3의 등교 풍경을 전하며 한국의 등교 방식(K등교)이 세계적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한때 코로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나라였다. 이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고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이제 막 시작된 등교 수업은 우리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활기찬 교실을 돌려주는 것, 이제 그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할 차례다. 클럽발 집단감염 같은 일로 등교 수업이 미뤄지는 일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방심하지 말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자. 어른들의 의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웃고 떠드는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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