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기도하는 시간… 인생의 버팀목

국민일보

헌혈, 기도하는 시간… 인생의 버팀목

25일 헌혈 200회 앞둔 예수향교회 박정규 성도

입력 2020-05-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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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헌혈을 지속해 온 박정규씨가 2016년 1월 경기도 고양시 헌혈의 집 일산센터 인근 카페에서 유모차 속 첫째 딸과 함께 150회를 자축하고 있다. 박정규씨 제공

가진 게 전혀 없어도 건강하다면 이웃을 위해 내 몸의 피 일부를 나눌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헌혈자가 부족해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은 생명 나눔이 더 절실하다.

고교 시절부터 매달 1~2차례씩 23년간 헌혈을 지속해 온 성결교 평신도 박정규(39·고양 예수향교회)씨를 21일 만났다. 오는 25일 200회 헌혈을 앞둔 박씨는 “헌혈은 곧 기도”라며 “일상과 신앙의 중요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가족을 돌보는 일을 우선하다 보면, 이웃을 마음에 품고 손을 내미는 일이 자연스레 멀어집니다. 그럴 때 저는 헌혈의 집에 가서 팔뚝을 걷어 올립니다. 굵은 주삿바늘이 피부를 뚫고 혈관에 닿습니다. 혈액이 팩을 채우는 동안, 막혀 있던 마음과 굳어 있던 일상이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짜릿한 통증을 느낄 수 있음에, 주어진 건강에, 이웃에게 작은 마음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너무 지쳐 마음을 지키기 어려울 때도 헌혈을 하며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헌혈은 이웃을 향한 사랑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새 힘을 채워 달라고 기도하는 중보의 시간입니다.”

박씨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청소년 꿈 찾기를 돕는 활동가다. 자전거 여행가이자 여행 작가, 특강 강사인 동시에 아마추어 철인3종경기 선수이기도 하다. 20대에 자전거 하나로 3년간 16개국 2만7000㎞를 달리며 세계를 여행했다. 당시 지구촌 곳곳의 한인교회에서 환대를 경험한 후 나눔 프로젝트를 계속해 왔다(국민일보 2019년 7월 30일자 25면 참조).

박씨는 스스로 ‘노스펙’ 청년이었다고 밝힌다. 그는 “어떤 일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던 10대와 20대 초반 헌혈은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작은 성취였다”고 말했다. 처음 헌혈을 한 건 공업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적십자 동아리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다. 박씨는 “간호사 누나를 보고 싶은 설렘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고교 졸업을 앞두고 15회, 대학 입학 기념 16회, 기대와 달랐던 대학 새내기 생활을 그만두며 18회, 입대를 앞두고 48회, 첫 번째 휴가의 감격으로 50회, 제대 기념 62회, 다시 대학에 입학하며 70회, 세계여행을 결심하며 76회, 몽골 중국 미국을 횡단한 후 잠시 귀국해 84회, 세계 일주를 마치고 86회, 결혼 후 남편이란 이름으로 110회, 첫째 딸이 태어난 기념으로 145회, 헌혈 생활 20년을 기념하며 150회 등등을 거쳐 왔다.

박씨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오는 누가복음 10장 37절 속 예수님 말씀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이때 주위에 헌혈을 알려 함께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