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금 눈먼돈 안 되게 회계 투명성 장치 빨리 만들라

국민일보

[사설] 기부금 눈먼돈 안 되게 회계 투명성 장치 빨리 만들라

입력 2020-05-22 04:01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양로시설인 나눔의집에서도 다수의 회계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부실한 회계 관행이 비단 한두 곳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단체 전반에 만연된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경기도의 나눔의집 특별점검 결과 이 단체는 기부금으로 대표이사가 자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출근내역이 없는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기부금 전용계좌와 법인운영 계좌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기부금으로 받은 현금을 책상 서랍에 보관하는 등 관리도 부실했다. 앞서 정의연도 기부금이나 정부보조금 회계를 부실하게 처리하고 돈을 정해진 목적 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기부금이나 정부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에 대한 회계 투명성 강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해당 단체가 스스로 공시하지 않는 이상, 후원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디에 쓰였는지 알 길이 없다. 기부금은 아예 감사 대상도 아니다. 정부보조금 역시 정부가 돈을 주기만 했지 간섭한다는 비판을 들을까봐 사용 내역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동안 기부금 모집단체의 회계 감사 보고서를 구체적 내용까지 들어가 증빙 등을 따져보지 않았다”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 비춰보면 부적절하게 쓰인 정부보조금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부금 모집단체의 경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시민단체도 사립유치원처럼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만들어 감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투명한 시민사회 이니셔티브(ITZ)’처럼 시민단체들의 회계감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비영리기구를 발족해 운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보조금도 시민단체들이 회계연도마다 결산서 등을 정부에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정부가 이를 평가해 공시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에 발의됐지만 결국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는데, 21대 국회가 열리면 서둘러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의를 내세우고,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들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 내역을 적극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세상 어느 비정부기구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는 정의연식의 오만한 태도로는 앞으로 단체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