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여섯 교회, 예배당을 공유하다

국민일보

한 지붕 여섯 교회, 예배당을 공유하다

새로운 목회 나선 작은 교회들 함께 쓰는 ‘예배 플랫폼’ 공감

입력 202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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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지난 10일 길위의교회 교인이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어시스트 미션 제공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의 한 상가, 가장 높은 7층에 여섯 개의 교회가 있다.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상가교회’와는 다르다. 이들 교회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의 예배당을 공유한다. 한 지붕, 여섯 교회인 셈이다. 스테이션은 ‘어시스트 미션’(사무총장 김인홍 장로)의 사역 중 하나다.

20일 방문한 스테이션 입구에는 간판 여섯 개가 위아래로 나란히 붙어있었다. 길위의교회(김철영 목사) 김포명성교회(김학범 목사) 또오고싶은교회(윤철종 목사) 시와사랑이있는교회(박경철 목사) 하늘백성교회(김홍철 목사) 돌모딤교회(조태회 목사)가 스테이션의 가족이다. 소속 교단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등으로 다르다. 이들 교회는 지난달 12일 부활주일에 첫 예배를 드렸다.

스테이션에서 목회하는 목회자와 사모들이 지난달 12일 첫 예배 때 교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어시스트 미션 제공

주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2시간 동안 예배당을 사용한 뒤 다른 교회에 공간을 양보한다. 여러 기차가 정차하는 기차역(스테이션)과 비슷하다. 공간을 공유하지만, 엄연히 다른 교회다. 교회마다 교인이 다르고 사역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예배를 마친 교인들은 다음 교회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층 아래 있는 갤러리로 이동해 교제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박형만 작가의 ‘십자가와 말씀전’이 진행되고 있다. 예배당과 갤러리 실내 장식을 모두 박 작가가 맡았다. 예배당은 고급 카페 같은 분위기다.

198㎡(60평) 크기의 예배당은 나무로 마감돼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넓지 않은 공간은 사무실과 자모실,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예배실로 분리돼 있다. 칸막이와 3.3㎡(1평) 크기의 기도실은 모두 움직인다.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오두막 모양의 기도실은 예배당 안의 또 다른 예배당으로 교인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스테이션 입구에 있는 여섯 교회의 간판 모습. 어시스트 미션 제공

공유 예배당은 미국 한인교회들에선 낯설지 않다. 한인교회 중에는 미국교회 예배당을 공유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공유 예배당 아이디어는 김학범 목사가 냈다.

김 목사는 “스테이션에서 10㎞쯤 떨어진 곳에 교회를 개척해 20년간 목회했다. 지난해 11월 연합을 넘어 공유를 통한 목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교회를 팔겠다’고 선언했다”면서 “황당해하던 교인들도 예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이해해줬고 한 달 만에 교회가 팔리면서 계획이 빨리 진행됐다”고 했다.

개척한 교회를 팔겠다고 하자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교회 판 돈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김 목사는 “나 같아도 그렇게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 매각 후 바로 어시스트 미션을 조직해 전액을 넣었다”면서 “이 기금이 스테이션 운영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도행전 2장 45절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라는 말씀을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간을 마련하자 목회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지인이 소개해준 이도 있고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온 이도 있다. 공통점은 여섯 목회자 모두 전통적인 목회에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다. 일부는 주중에 생업에 종사한다. 김인홍 사무총장은 “목회자들이 부담하는 건 매달 10만원의 관리비뿐”이라고 말했다.

박경철 목사는 “17년 동안 목회하다 2012년 사표를 낸 뒤 다시는 목회를 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아무도 모르는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하다 2년 전부터 아내와 집에서 목회를 재개했다. 교인이 늘면서 작은 공간을 찾다 스테이션을 만났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서 마지막 목회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면서 “주중에는 일을 하는데 직장 동료들이 매주 예배에 출석하는 게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목회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는 이미 공유 경제에 돌입했고 공유 사무실도 일반적”이라며 “교회도 기존의 목회 방법을 뛰어넘어 공유 예배당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 성공은 교인 수가 아니라 그 본질을 순종과 기쁨에 두는 데 있다”면서 “목회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공유 예배당이 늘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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