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빗장 푸는 구미 공연장 ‘거리두기’에 여전히 한숨

국민일보

서서히 빗장 푸는 구미 공연장 ‘거리두기’에 여전히 한숨

좌석 뿐 아니라 무대도 엄격 적용… 대규모 교향곡·오페라 힘들 듯

입력 2020-05-22 04:01
지난 1일(현지시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해 선보인 무관중 생중계 콘서트.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등 15명의 연주자가 서로 2m 간격을 유지한 채 무대에 섰다. 관악 연주자는 다른 연주자들로부터 5m 거리를 뒀다. 온라인 중계화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둔화에 따라 구미 공연장들이 다시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간 대규모 교향곡이나 오페라, 이머시브(관객참여형) 공연은 만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감염 우려로 좌석 거리두기뿐 아니라 무대 위 거리두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독일 헤센주 비스바덴 극장은 지난 20일 독일의 주요 극장으로는 처음 공연을 재개했다. 다만 성악가가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카르멘’ 속 주요 아리아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방식이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경우 아리아에 앞서 유명한 서곡이 MR(녹음된 음원)으로 울려퍼졌다. 1000석 규모의 비스바덴 극장은 좌석간 거리두기 규칙에 따라 180㎝ 정도 거리를 두고 관객을 앉게 했기 때문에 150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차례차례 공연장 재개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공연계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비스바덴 극장의 사례에서 보듯 ‘거리두기’ 규정 때문이다. 독일 보건당국은 기본적으로 1.5~2m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비말이 튈 수밖에 없는 성악가나 목관 및 금관 연주자는 이보다 더 넓은 간격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독일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가 공공 지원에 의존하는 만큼 사실상 의무적으로 따라야만 한다.

이럴 경우 수익적 측면이 최대 난제로 꼽힌다. 특히 미국 공연계의 위기감은 크다. 공공 지원이 많은 유럽과 달리 미국은 개인 및 기업의 후원과 티켓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5~2m 거리두기 규정을 지킬 경우 2600석 가운데 500석만 팔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미국 콘서트홀이 파산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포니홀 측은 지금 기준으로 지난해 티켓 수익을 얻으려면 티켓 가격을 4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극소수 부유층만 공연을 관람하거나 아예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구미 공연계는 객석만이 아니라 무대 위 거리두기에도 엄격하다. 앞서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합창단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다 구미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사망한 연주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 피트를 아예 사용할 수 없어서 일반적인 오페라와 발레 공연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교향곡은 40~50명 정도로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띄엄띄엄 앉혀 진행할 수 있지만 말러 교향곡 등 대편성 곡들은 아예 공연할 수 없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1일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한 콘서트를 선보인 바 있다. 무관중으로 온라인 중계된 이날 콘서트에는 연주자 15명만 무대에 올랐으며 서로 2m 거리를 뒀다. 관악기 연주자만 다른 연주자로부터 5m 거리를 유지했다. 이들은 공연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공연에 대해 “코로나19 여파 속 라이브 공연을 이어가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면서도 “가능한 한 가깝게 앉아 사운드에 응집력을 부여하는 기존의 챔버 앙상블과는 달라 낯선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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