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follow the party

국민일보

[한마당] follow the party

라동철 논설위원

입력 2020-05-23 04:07

10년 전 힙합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뜨겁게 달아 올랐었다.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는 타블로 얘기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2010년 5월 개설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핫이슈로 떠올랐다. 타블로가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제시했으나 타진요 회원들은 조작된 것이라며 믿지 않았다. 스탠퍼드대가 학위를 받은 사실이 기재된 공문을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무시했다. 타블로가 대학 직원들을 매수해 졸업장을 위조했다는 허황된 주장을 하며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타블로가 방송 제작진과 함께 스탠퍼드대를 찾아가 졸업 사실을 재확인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검경 수사를 통해 이듬해 1월 타진요 회원 12명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부분 유죄가 확정됐다. 자신이 믿는 것이 옳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명백한 증거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과대망상 ‘환자’들의 말로였다.

4·15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해 온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공산당원인 해커가 선거조작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개표 과정에 숨어 있는 암호를 풀어보니 ‘follow the party’(당을 따르라)라는 구호가 도출됐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의 ‘영원히 당만 보고 간다’란 구호와 닿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내통해 희대의 부정선거를 저지른 증거라고 했다.

얼마 전 ‘세상이 뒤집어질 증거’라며 총선 투표용지를 공개한 게 통하지 않자 기상천외의 주장을 들고나온 것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사전투표 조작은 근거가 없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는데도 민 의원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는 점입가경, 좌충우돌이다. 국회의원에, 제1야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등을 지낸 사람이 이 정도라니, 낯이 뜨거워지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낙선의 충격이 이리도 컸나. 그가 언제쯤 미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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