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홍콩을 위한 힌츠페터

국민일보

[한마당] 홍콩을 위한 힌츠페터

손병호 논설위원

입력 2020-05-26 04:05

홍콩 시민들이 다시 우산을 들었다. 중국이 홍콩 입법회를 대신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홍콩 보안법은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인물에게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과거 우리의 국가보안법이 그랬듯 언제든 홍콩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데 쓰일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이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24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최루탄을 막기 위한 우산도 재등장했다.

홍콩 민주화운동은 성패를 거듭해 왔다. 2003년에 홍콩 정부가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려 했을 때에는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입법을 저지시켰다. 하지만 2014년에 홍콩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인 우산혁명 때는 79일 만에 시위대가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송환법 시위 때는 홍콩 당국이 시위 88일 만에 송환법 제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시위대의 승리로 끝났다. 송환법은 홍콩 범죄인을 중국에 인도할 수 있는 법으로, 반정부 인사들이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보안법 반대 시위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한정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중앙의 보안법 제정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중국의 입법 의지가 아주 강해서다. 홍콩 시민들은 다음 달 4일 6·4 천안문 시위 추모 집회와 9일 송환법 반대 1주년 집회 때 보안법 반대 시위를 할 예정이다. 자칫 이들 시위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민주화의 상징인 조슈아 웡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홍콩 상황은 수십년 전 광주시민들이 겪은 탄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고립무원의 홍콩 시민들 안위를 지켜내려면 국제사회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때 목숨을 걸고 광주의 탄압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처럼 전 세계인들이 홍콩을 위한 힌츠페터가 되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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