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데 맛있는 것 좀 사달라 하니 ‘돈 없다’ 하더라”

국민일보

“배고픈데 맛있는 것 좀 사달라 하니 ‘돈 없다’ 하더라”

‘깜깜이식’ 모금 행위에 울분 토해

입력 2020-05-26 04:0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불법·부정 행위가 드러나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깜깜이식’ 모금행위를 울분에 찬 목소리로 질타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앞세워 각종 모금사업을 진행해 놓고도 정작 “맛있는 것 좀 사달라”는 소박한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모금활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의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행보 역시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압수수색이 종료된 이튿날 곧바로 정의연 회계 담당자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모금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 25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느 교회에 갔는데, 어떤 일본인 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돈을 얼마 줬다면서 할머니들에게 100만원씩 나눠줬다. 그게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며 “그때부터 모금을 하는 것을 봐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모금활동은 장소와 방식에 있어서 이 할머니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는 “농구선수들이 농구를 하는 데 가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경기에서 이기려 애쓴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걷어온 돈을 받아서 나왔다”며 “(정대협이) 가난한가보다 생각하면서도 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배가 고프니 맛있는 거 사달라”고 했더니 당시 정대협 간사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돈 없다”였다고 한다. 정작 모금된 돈들이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30년간 쭉 이용됐다”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중국 사람이 받아먹었다”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진행한 모금사업에서도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했는데 윤 당선인이 모금을 했다. 600만원인가 걷혔는데 제게 하는 말이 ‘할머니는 정신대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모독을 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 모금을 해 놓고, 정작 사업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이 할머니 등이 제기한 광범위한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2일 정의연 회계담당 직원 A씨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일 이틀에 걸쳐 정의연·정대협 사무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까지 압수수색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소환 통보다. 검찰과 정의연 측은 구체적인 출석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기업 마리몬드가 2013~2019년 기부한 6억5000만원 중 5억4000여만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정의연이 공시에서 누락한 기부금 총액만 37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연은 인력 부족과 관행으로 인한 단순 회계오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용처는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회계 담당자를 첫 소환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기부금이 전용·유용된 정황이 있는지 살피는 기초 단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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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최지웅 기자, 대구=황윤태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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