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300잔’ 그는 왜 스타벅스 핑크 여행 가방에 홀릭하나

국민일보

‘버려진 300잔’ 그는 왜 스타벅스 핑크 여행 가방에 홀릭하나

입력 2020-05-26 00:06
스타벅스가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작은 여행 가방(레디백). 스타벅스 제공

통근 버스를 타고 서울 중구 서소문로로 출근하는 김정은씨는 지난 21일부터 회사 도착 10여분 전에 스타벅스 앱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오전 8시35분쯤 주문하면 ‘대기 42번째’와 같은 알림 문구를 받는다.

김씨는 “미리 주문을 해놔서 기다리지 않고 받고 있지만 대기 인원이 많은 걸 보니 좀 더 일찍 주문해야 하나 고민된다”며 “보통 덕수궁쯤에서 주문했는데 광화문에서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정은씨가 스타벅스 앱에서 사이렌오더로 주문한 음료 대기 순서가 앱을 통해 안내됐다. 42건, 58건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린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씨 제공

스타벅스가 초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매년 여름 진행하는 ‘이(e)-프리퀀시 이벤트’가 행사 초반부터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다. 가장 인기 있는 분홍색 여행용 가방(핑크 레디백)이 조만간 품절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증정품만 가져가고 주문한 음료 300잔은 버려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빚어졌다.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는 음료 17잔을 마시면 다이어리 등 매년 바뀌는 증정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행방식은 언제나 동일하다. 커피 등 제조음료 14잔과 해마다 달리 지정되는 미션 음료 3잔을 마시면 된다.

약 2개월에 걸쳐 진행되는데, 올 여름 이벤트는 지난 21일 시작해 7월 22일 끝난다. 프리퀀시를 모두 모으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작은 여행용 가방(레디백)이나 캠핑용 의자 가운데 골라 가져갈 수 있다.

이번엔 초반부터 격렬하긴 하지만, 매년 스타벅스가 프리퀀시 이벤트를 할 때마다 비슷한 비판과 논란이 반복된다. 논란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인기 증정품 조기 품절 ② 중고나라 등에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현상 ③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증정품 수량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부작용 등이다.

온라인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난무한다. 반복되는 논란은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일까.

스타벅스 레디백은 조만간 품절되나

논란의 핵심에는 언제나 ‘조기 품절’이 있다. 스타벅스는 매년 프리퀀시 행사를 할 때마다 어느 정도 물량을 준비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준비된 수량이 공개되지 않으니 인기 제품은 일찍 품절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발동한다.

벌써 몇 년 째 비슷한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본 일부 소비자들은 인기 증정품은 ‘빨리 득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올해는 그 불안 심리가 일찌감치 작동해 행사가 시작한 지 닷새도 되기 전에 ‘품절’에 대한 소문이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에서 조기 품절이 예상되는 핑크 레디백. 스타벅스 제공

소셜 미디어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어떤 매장에서는 핑크 레디백을 구할 수 없다” “핑크 레디백을 받을 수 있는 매장 정보를 알려 달라”는 식의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정말 일부 매장에서는 조기 품절이 진행 중인가. 스타벅스 관계자는 25일 “이제 행사 시작한 지 닷새도 안 됐다. 매장마다 조기 품절됐다는 건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다.

레디백 같은 경우 부피가 크다 보니 매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시 품절’은 있지만 ‘재입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엄밀히 조기 품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이벤트 수요 등을 감안해서 넉넉하게 준비했다”며 “핑크 레디백의 경우 준비한 물량의 10%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게 프리퀀시 이벤트 논란의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내부정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품절이 임박했을 경우 각 매장마다 남은 증정품의 수량을 공개할 방침이다. 매년 이벤트가 진행될 때마다 그랬듯 스타벅스 앱을 통해 남은 증정품 개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되팔기 현상’은 막을 수 없나

서울 영등포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지난 22일 약 300잔의 음료를 주문하고 증정품만 가져간 사례는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고객의 정보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주문 수량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으나 대량 구매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음료는 버리고 증정품만 가져간 이 경우를 두고 아마도 리셀러(중고로 되파는 사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한 사람이 증정품을 스무개 가까이 가져갈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 증정품을 중고나라 등에서 되파는 상황도 매년 반복된다. 중고나라 등에서 레디백은 지역에 따라 9만~1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음료를 구매해서 증정품을 얻는 경우 가장 적게 쓸 수 있는 금액은 6만4800원이다. 적게는 2만원, 많게는 5만원 이상 웃돈을 얹어 되팔아도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중고 거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레디백’으로 검색하면 2분에 한 건 꼴로 관련 게시글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고나라 화면 갈무리

되팔기 현상은 스타벅스 차원에서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법적으로 제재 등에 대해 알아봤지만 방법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되팔기를 둘러싼 논란은 소비자의 선택인 셈이다.

증정품 수령 개수 제한은 불가능한가

‘버려진 300잔’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음료 300잔을 만들기 위해 스타벅스 직원 여러명이 적잖은 시간 음료 제조에 노동력을 써야 한다. 음식이 하찮게 버려진 점, 누군가의 노동력이 헛되이 쓰인 것 등이 공분을 샀다.

음료를 만들지 않고 증정품만 가져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스타벅스 측은 “그런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음료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제조해서 제공하는 게 매뉴얼에 있다고 한다.

증정품은 음료 주문에 따른 것인데, 음료 값을 받고 증정품만 제공하는 것은 행사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300잔이 버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스타벅스 측에서 증정품을 위해 음료를 만들지 않는 선례를 만들 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증정품 수령 개수 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스타벅스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공식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이벤트부터 적용이 가능한 대책이 나오면 당장 적용할 수도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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