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종구 전 회장 622억 증여세 ‘8년 분쟁’… 내달 판가름 난다

국민일보

[단독] 선종구 전 회장 622억 증여세 ‘8년 분쟁’… 내달 판가름 난다

자녀에게 넘긴 2000억대 수익 명의신탁인지 증여인지 공방… 내달 조세심판관 회의서 결론

입력 2020-05-26 04:02
2012년 3월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받은 뒤 귀가하는 선종구 당시 하이마트 회장. 국민일보DB

600억원대 증여세 납부를 둘러싸고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국세청이 벌여온 8년간의 법적 다툼의 최종 승자가 다음 달 판가름난다. 선 전 회장은 2000억원대 수익을 자녀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불거진 명의신탁, 증여 여부를 놓고 2년 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받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 지난해 1월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은 선 전 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에서 발생한 차익 657억원에 대해 622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 조치가 부당하다며 청구한 심판에 대해 6월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한 국세청 과세의 정당성 여부를 심판 중”이라며 “다음 달 중순 조세심판관 합동회의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사를 시작한 지는 8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첫 발단은 21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이던 선 전 회장은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하이마트 주식을 30억원에 인수했다.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는 처지에 놓이자 헐값에 하이마트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선 전 회장은 이후 2004~2007년 하이마트를 외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대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 전 회장은 더 나아가 AEP가 하이마트 지배를 위해 룩셈부르크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지분 일부를 자신이 헐값에 인수할 수 있도록 이면약정을 걸어놓고 이 지분을 자녀 명의로 취득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이 지분에서 발생하는 2000억원대 배당금 수익을 증여세 없이 자녀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 전 회장은 2008년 하이마트 경영권이 AEP에서 유진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하이마트 지배를 목적으로 유진그룹이 설립한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일부를 자신의 자녀들이 취득할 수 있도록 유진그룹과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검찰은 2012년 선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 정황을 포착하고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선 전 회장이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는 과정이 명의신탁인지 증여인지를 두고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선 전 회장 측이 법적 다툼을 벌였다. 결론은 2018년 4월 대법원이 이 과정은 명의신탁으로 봐야 한다고 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선 전 회장 아들과 딸 명의로 돼 있는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에서 발생한 차익 657억원에 대해 선 전 회장 본인에게 324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은 또 선 전 회장 측이 기한 내 세금 신고와 납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 298억원을 추가로 물렸다.

선 전 회장은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에 대한 상장차익 과세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진하이마트홀딩스는 하이마트에 흡수·합병된 회사로, 실제 상장된 적이 없기 때문에 상장 주식에 한해 세금을 물리는 현행 법령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반면 국세청은 하이마트와 유진하이마트홀딩스가 합병하면서 주식을 교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역시 상장차익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과 하이마트 주식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뜻이다.

손재호 조성은 기자 sayho@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