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큰 정부, 강한 시민사회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큰 정부, 강한 시민사회

입력 2020-05-27 04:01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자유와 안전·안정 위해
정부 역할 확대와 ‘큰 정부론’ 출현
공존과 연대의식을 가진 강한 시민사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 조화로 제 역할 하는 게 중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 역할 확대는 필요 불가결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른바 코로나발(發) ‘큰 정부론’ 출현에 세계 주요 석학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20세기 이후 시장 경제의 문제점(시장의 실패)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일반적 개념 이상의 신개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경제침체(고용불안), 사회활력 저하, 복지지출 압박, 글로벌 가치 사슬 변화 등이 큰 정부를 소환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포스트 팬데믹 세계를 최대로 활용하기’란 제목의 언론 칼럼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집단행동 문제 앞에서 시장의 무능함과 위기 대응 및 국민 보호에서 정부 역량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큰 정부론은 구시대적 통제정책,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전체주의로 가자는 게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안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부분에서 큰 정부 구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이런 상황에선 공존과 연대의식을 가진 강한 시민사회가 등장, 견제와 조화를 통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방역과 치료 과정에서 이를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 확산 초기 하루 수백명씩 환자가 늘어났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구·경북 상황은 좋은 사례가 됐다. 집단발병 초기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고, 사재기와 같은 혼란이나 탈출이 난무했던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줬다. 우선 사람과 물자의 이동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데이터 및 방역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유연한 대처가 이뤄졌다. 여기에 민관협력의 사회적 연대, 의료진의 헌신 및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 공동체적 시민의식이 어우러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건강하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연대와 공존의 씨앗이 됐고, 민관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큰 정부와 강한 시민사회가 어떻게 잘 조화를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또 다른 감염병 사태 등 21세기형 위험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경제 위기관리 및 활성화를 어떻게 추진하느냐도 실질적으로는 큰 정부와 강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일보가 28일 ‘2020 국민공공정책포럼’을 개최하면서 ‘코로나19의 성공적 민관협력 모델…공공부문과 지방정부 및 노사정 코웍’을 주제로 삼은 것도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에 대한 방향과 대안을 찾아보자는 차원이다. 기조 강연을 맡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은 사전 배포한 원고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정환경도 변화되고 있다”면서 큰 정부, 분절된 세계, 디지털 전환의 전면화 및 가속화, 가치관 변화 및 사회 취약성 표면화를 꼽았다. 따라서 정부도 이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향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도형 경제와 한국형 뉴딜로 신성장 기반의 확장과 고용안정 전략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제시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밑그림은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경제에 방점을 찍고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경제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특히 사회적 대화 레짐(체제)과 협치의 다원화를 강조했다. 큰 정부와 강한 시민사회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노사정 타협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대화 복원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조체제 구축,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투자 확대 등에 있어 민관협력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협치의 다원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위기를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K방역으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진 한국이 K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큰 정부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강한 시민사회가 출현해 어떻게 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렸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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