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보듬고 가출 청소년 밥차까지… 이웃을 빈틈없이 섬기는 교회

국민일보

주민 보듬고 가출 청소년 밥차까지… 이웃을 빈틈없이 섬기는 교회

서울 빛가온교회

입력 2020-05-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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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목사(가운데)가 지난 10일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원구 중앙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빛가온교회 제공

“우리 동네에 활기를 불어 넣읍시다.”

서울 노원구 빛가온교회(서길원 목사) 교인들이 지난 10일 이런 구호를 외친 뒤 삼삼오오 거리로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교인들은 상계동 중앙시장과 상계역으로 향했다.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든 교인들이 맨 앞에서 거리 청소를 했다. 뒤따르던 교인들은 상인과 주민들에게 곽 티슈를 선물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0일 교회 청년들이 교회 주변 청소를 위해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들고 있는 모습. 빛가온교회 제공

교회는 교인들에게 현금을 1만원씩 나눠줬다. 교인들은 지역 상점을 방문해 교회에서 준 돈에 사비까지 더해 착한 소비를 했다. 서길원 목사도 시장의 한 식당에 들러 교인들과 점심을 먹은 뒤 장을 봤다.

서 목사는 26일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데 지역사회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교회가 나서 힘을 드리고 싶어 이 캠페인을 준비했다. 교인들도 오랜만에 가족과 산책하며 장도 봐서 즐거웠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환한 미소를 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회는 지역사회 구석구석을 살피며 아픈 곳을 싸맸다. 2014년 가을, 서 목사는 교회 담벼락에 담배꽁초와 위장약 병이 나뒹구는 걸 출근길에 여러 차례 봤다. 치우고 나면 다음 날 또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알아보니 가출 청소년들이 버리고 간 것들이었다. 담배도 담배지만, 위장약 병이 버려져 있는 게 마음이 걸렸다.

“가출한 아이들은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다들 위장병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목사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 밥은 챙겨 먹여야겠다 싶어 심야식당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러브 투게더 밥차’예요.”

교회는 노원구청 및 노원경찰서와 협력해 밥차에 시동을 걸었다. 밥차는 매주 금요일 저녁 노원보건소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날은 30여명의 봉사자가 조리와 설치, 철거, 배식, 상담, 설거지 팀원으로 참여해 구슬땀을 흘린다. 재능기부도 한다. 밥차 옆에서는 노래나 악기 연주, 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이·미용 봉사가 진행된다. 밥차는 노원구 가출 청소년들에게 밥과 웃음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6년간 청소년들과 만난 밥차는 지역 명물이 됐다. 주민들도 종종 간식을 갖고 밥차를 찾는다. 노원구청도 3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사역을 격려했다.

교회가 2014년부터 진행하는 ‘러브 투게더 밥차’를 찾아온 청소년들 모습. 빛가온교회 제공

한 차례도 쉰 적이 없던 밥차의 발목을 코로나19가 잠시 붙잡았다. 지난 2월부터 밥차 운영을 중단했던 교회는 지난달 24일부터 부분 재개했다. 당분간 밥과 반찬, 국 대신 김밥으로 대신한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완전한 재개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서 목사는 “교회가 제안하고 지역사회가 응답해 함께 밥차 사역을 지속하고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면서 “밥차를 통해 청소년들의 아픔을 엿봤다. 이들을 돌보는 게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이어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 말씀이 전하는 감동을 매주 경험한다”면서 “거리의 청소년들이 결국 집으로 돌아가도록 격려하는 게 밥차 사역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러브 투게더 밥차 사역은 전국에 소문이 났다. 은평구와 경기도 남양주, 광주광역시의 교회들이 밥차 노하우를 배워갔다.

‘기름부음캠프’는 전국의 청소년에게 복음을 떠먹이는 프로그램으로 2010년 시작했다. 수련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가 기도 모임도 만들고 있다. 캠프에서 청소년들에게 심은 복음의 작은 씨앗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작은 기도 모임으로 자라나는 셈이다.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돕는 봉사도 눈길을 끈다. 교회는 15년간 ‘리메이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여한 교회 중 매년 40곳을 선정해 1년 동안 목회 코치도 한다. 이 중 30% 이상의 교회가 자립한다. 높은 자립률이다. 그동안 세미나에 다녀간 목회자만 9100명이다.

서 목사는 “리메이크 세미나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미자립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매달 소정의 재정 지원도 하지만,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전도팀 파견과 여름성경학교 지원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사역이 중단된 건 아니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때 교회는 이 지역 10개 미자립교회와 100가정에 월세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영어예배부의 외국인 교인을 위해 마스크 2000장을 교인들이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이 수제 마스크는 선교사들과 해외로 이주한 교인들에게도 보냈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중단된 건 아닙니다. 지금은 꿈을 꾸는 시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교회로 만들어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옛 예배당에 헬스장과 탁구장, 풋살장 등 체육시설을 넣었습니다. 저 공간을 찾아와 땀 흘리고 운동할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옵니다.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교회, 빛가온교회가 꿈꾸는 교회상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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