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번방’ 겪고도… 산업인력공단, 공익요원 개인정보 취급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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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번방’ 겪고도… 산업인력공단, 공익요원 개인정보 취급 ‘허술’

계정 4개 부여 최근까지 조회 가능… 병무청 지침 이행하지 않고 방치

입력 2020-05-27 04:03 수정 2020-05-27 17:22
연합뉴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이 최근까지 일반인 개인정보 조회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 사태로 지난달 병무청이 산업인력공단을 포함한 전 복무 기관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취급금지’ 지침을 시행했지만 한 달 넘도록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산업인력공단은 이달까지 기관 내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 계정 4개를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주민센터에서 근무한 사회복무요원이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씨에게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달 2일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지침공문을 내렸다.

병무청이 지난달 3일부터 시행한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취급업무 부여 금지’ 조치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의 정보화 시스템 접속·이용, 복무 기관 업무 담당자의 사용 권한 공유 등 일체 행위를 금지한다.

산업인력공단도 해당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병무청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한 달 넘도록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접근 가능 상황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산업인력공단이 43명의 사회복무요원에게 제공한 개인정보 조회 시스템 계정은 16개로 파악됐다. 이달 실태점검 당시까지 즉시 활용 가능했던 계정은 4개였다. 공단 직원이 아닌 서포터스와 일용직 직원 일부도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복무요원은 외국인 근로자 건설업 취업인정증 발급에 필요한 외국인 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에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인력공단이 고용노동부에 개인정보 실태점검 결과를 제출한 시점은 지난 13일이었다. 직전까지 사회복무요원이 4개 계정으로 개인정보 조회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4건의 시스템 계정이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후 폐기했다”며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복무요원이 관련 업무를 할 때는 직원들이 옆에서 확인하는 구조였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부의 관리 소홀 문제도 드러났다. 앞서 병무청은 오는 29일까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부는 산하기관의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취급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점검 결과를 보고한 기관도 산업인력공단이 유일했다. 공공기관 내부감사 결과는 주무 행정기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10개 산하기관은 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서 공문을 발송한 이후 점검 등 협조 요청이 있었다면 주의 깊게 살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산하기관의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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