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이대로는 안된다’ 위기 의식 가져야 새로운 비전 열린다

국민일보

‘교회 이대로는 안된다’ 위기 의식 가져야 새로운 비전 열린다

[양춘길 목사 미셔널 처치를 꿈꾸라] <1> 위기를 통해 주신 비전

입력 2020-05-29 00:0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미국 히스패닉 노숙자들이 2017년 7월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성도들의 도움으로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수련회를 갖고 있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경험한다. 1987년 미국 프린스턴 신대원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33년간 이민목회를 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목회 여정 중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는데, 변화의 분수령이 된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97년 11가정이 함께 필그림교회(Pilgrim Church)를 개척할 때였다. 그다음은 2017년 2000명의 성도와 함께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허용한 미국장로회(PCUSA)를 탈퇴하면서 교회건물을 잃고 필그림선교교회(Pilgrim Mission Church)로 재출발할 때였다.

실제적인 변화에 앞서 ‘이게 아닌데’라는 위기감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자라갔다. 내면에서 시작된 위기의식이 실제적인 비전과 변화로 이어지기까지 내적 갈등, 외적 부딪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와 함께 물리적 심적 영적 고통이 따랐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인도하시며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심으로 그 위기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비전을 맞게 됐다. 첫 번째 위기는 평신도 사역 중심의 교회 개척의 변화를, 두 번째 위기는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 선교적 교회)의 새로운 비전을 가져다 줬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미셔널 처치, 미셔널 라이프(Missional life, 선교적 삶)로 우리 교회가 변화돼 나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점진적 이끄심이었음을 깨달았다.

과거 필그림교회의 양적 성장을 이루는 데 큰 몫을 감당한 평신도 사역이 이제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미셔널 처치로 나아가는 데 활용되기 때문이다.

미셔널 처치의 꿈은 평신도들의 미셔널 라이프와 사역을 통해 펼쳐지는 하나님 나라의 꿈이다. 다음은 미셔널 라이프를 살며 함께 미셔널 처치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몇 평신도 사역자들의 이야기다.

K집사(58)는 15년 전 미국에 온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불신자였던 그가 가족과 함께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채 안 된다. 초신자였던 그에게 또 다른 직업이 생겼다. 5년째 뉴저지와 뉴욕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선교사로 사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직은 이제 선교적 삶의 수단이 됐다. 헌신적인 섬김과 사랑으로 노숙자들과 노약자들을 섬기는 미셔널 소명이 삶의 목적이 됐다. 여러 성도와 업체가 그를 중심으로 팀사역을 한다. 최근에는 뉴저지의 두 교회가 동역해 뉴욕 맨해튼에서 노숙자 사역이 확장되고 있다.

P장로(82)는 부인과 함께 교회 중직으로 오랫동안 섬겼다. 시무장로, 교구장, 건축위원장, 중보기도 사역팀장, 일대일 제자훈련 등 교회 내 많은 사역을 맡아 충성을 다해 봉사했다.

교회 내 시무 임기를 마치면서 그의 사역 현장은 지역사회로 옮겨졌다. 네이버 플러스(지역사회 봉사기관)와 뉴저지실버선교회에 헌신해 수년간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18년 전 실버선교회를 발족하고 오늘까지 실버선교사로서 미셔널 라이프를 살고 있다.

뉴저지에서 800여명의 실버선교훈련 수료생들을 배출하고, 40여명의 실버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다. 실버선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실버들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은퇴 후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

여집사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맘스미션(Mom’s Mission)도 있다. 각 가정과 사업체에서 기부받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서 지역의 어려운 주민을 섬기는 사역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금은 구제, 장학사업, 선교 지원에 쓰인다. 20여명의 40~50대 여성들이 자원해 맘스미션을 운영하며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간다.

그 외에도 싱글맘을 섬기는 K권사, 여성보호 쉼터를 섬기는 C집사, 히스패닉 노숙자들을 섬기는 S집사, 호스피스 사역을 하는 Y장로, 영어와 직업 교육을 하는 J집사, L집사 등 많은 성도가 가정과 직장에서 일하며 지역사회의 미셔널 처치로 살고 있다. 그들 주위에는 자원해서 그들의 사역에 동참해 선교적 삶을 함께 사는 성도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역 어린들이 2016년 뉴저지 펠리세이드 파크에 위치한 네이버 플러스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장면.

한국과 미국 교회들이 위기에 처해 있는 오늘날, 위와 같은 평신도를 볼 때마다 미셔널 처치의 꿈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오랫동안 보내는 선교사로 살아온 교회의 성도들이 이제는 우리도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선교사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영역이 우리의 제1선교지라고 하는 정체성과 소명감을 갖고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갈 때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가는 미셔널 처치로 든든히 세워져 가게 될 것이다.

‘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미셔널 처치의 비전을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미셔널 처치로서 살아가는 많은 성도를 통해 교회의 밝은 미래를 바라본다.


양춘길 목사 약력=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화공학과, 프린스턴 신대원 졸업. 뉴저지 한인교회협의회장, GP선교회 미주이사장 역임. 현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담임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