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연수 (19) 기독교 최초 무료병원 ‘다일천사병원’은 주님의 기적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김연수 (19) 기독교 최초 무료병원 ‘다일천사병원’은 주님의 기적

남편의 평소 지론대로 시작한 천사운동 밥퍼와 함께 언론에 조명… 뜨거운 관심

입력 2020-05-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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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기독교 최초 무료 병원 다일천사병원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개원식날 병원 전경.

100만원씩 1004명이 낸 돈으로 병원을 건립하려는 천사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린 10억400만원이면 그럴싸한 종합병원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우리가 병원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게 됐다.

병원 건립 과정에서 만난 한 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이 되려면 최소 40병상 규모를 갖춰야 하고 한 병상 당 1억은 필요하다”고 했다. 부지매입과 건축비 등을 포함하면 종합병원을 짓는 데 최소 80억원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단지 목표액을 조정했을 뿐이었다. 현실을 보면 종합병원을 세울 조건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믿음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우리 기도는 간단했다. “무료병원을 허락하소서.” “잔금을 무사히 치르게 해주소서.” 소리 없는 기도는 하늘까지 가고, 끊임없는 기도는 온 세상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천사운동을 통해 체득할 수 있었다. 천사운동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먹고 살 권리가 있습니다.” 남편이 다일공동체 밥퍼 사역을 알리기 위해 수없이 되풀이했던 말이다. 무료 병원 건립을 위한 천사운동을 전개하면서 남편이 외친 구호는 “아픈 사람은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였다. 너무나 당연해 무의식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이 말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며 천천히 번져 나갔다.

언론도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004명의 천사회원이 최초로 모인 ‘제1회 천사의 밤’ 행사는 방송사 9시 뉴스에 소개될 만큼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다. 일간지와 월간지, 각종 방송에서 다일의 밥퍼 사역과 함께 천사운동을 소개했다. 남편이 쓴 책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사역은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천사운동으로 모은 헌금이 20억원을 넘어서자 남편은 1998년 12월 다일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더 투명하게 잘 관리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만든 것이다. 남편과 이사진들 전원이 내게 상임이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이사(집 옮기는 일)를 그만큼 했으면 됐지, 또 무슨 이사(재단)에요. 더욱이 상임이라뇨.”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쓸 돈 못 쓰고 보낸 귀한 헌금 관리를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가장 신속하게 보고 받을 수 있겠다는 남편 생각도 일리가 있어 마지못해 수락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2002년 10월 4일 가난한 공동체가 만든 기독교 최초 무료병원 다일천사병원이 문을 열었다. 세워진 것도 기적이었지만, 오늘까지 운영되는 것이 더 큰 기적이다. 18년간 무의탁 노인,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및 절대 빈곤지역에 사는 이웃나라 어린이 등이 찾아와 생명을 얻고 돌아갔다. 하나님께서 친히 하셨다는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하나님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