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등불은 켜서 등경 위에 두나니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등불은 켜서 등경 위에 두나니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입력 2020-05-29 04:04

2020년 3월과 4월 코로나 대책을 명목으로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이 충분한 심의 없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512조504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이 제1야당이 배제된 채 여당의 주도로 처리됐다. 정부 예산안이 법적 근거가 없는 범여권의 ‘4+1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논의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심의·처리된 것이다.

2020년도 정부 예산은 국민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수치다.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4000만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국민이 부담할 세금과 함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 예산은 우리와 미래 세대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그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정부 예산과 집행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신뢰라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국민 신뢰는 국정운영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형성·강화될 수 있다. 투명성 강화는 국민의 감시·견제 및 참여를 통해 국정운영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책 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한다. 또 정치적 야합과 부패에 대한 방부제 역할을 하며, 관료적 경직성을 배제하고 민주적 효율성을 제고한다.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적법절차 원칙은 모든 국가작용에 대해 적용된다(헌재 92헌가8 및 2012헌바433 결정). 투명성을 존중하는 헌법정신, 공정성을 열망하는 국민적 정서, 민주성을 확충하려는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에 대한 공개가 강조돼야 한다. 국정운영의 투명성은 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합의제 대의기관’의 의사절차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문 관료에 의해 이뤄지는 행정절차와 달리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사절차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반영해 공익을 발견하고 상충하는 이익들을 조정하기 때문에 그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헌법은 국회의 회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0조). 의사공개 원칙은 국회 본회의는 물론이고, 위원회 및 소위원회 회의에도 적용된다(헌재 98헌마443 및 2007헌바17 결정). 국회 회의는 의사공개 원칙이 적용돼야 하므로 그곳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고 기본권인 ‘알권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국회 회의에 대한 방청은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그 방청 불허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보·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비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방청 불허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해 결정됐다 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방역이란 명목으로 국가 간 장벽을 쌓으며 자국 우선정책으로 전환하고, 국민 건강과 복지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더욱이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함으로써 대의기관 대부분이 정부와 여당에 의해 장악됐다. 이런 때일수록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국민이 국회의 각종 회의를 비롯해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견제·참여하고 정부·여당의 독주와 폭주를 막아야 한다.

등불은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추도록 말 아래 두지 않고 등경 위에 둔다(마태 5장 15절). 이같이 국정운영도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 모두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투명성 강화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진리와 진실을 지키고 사회적 정의와 절차적 공정을 실현해야 한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