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여성 최초

국민일보

[한마당] 여성 최초

이흥우 논설위원

입력 2020-05-29 04:05

아이들이 병원놀이를 하면 으레 남자아이는 의사, 여자아이는 간호사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던 때가 있었다. 남자아이가 지금도 의사만을 고집했다가는 여자아이로부터 “왜 너만 의사 해”라고 핀잔듣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전체 의사 10만2471명 중 여의사는 2만5210명(24.6%·2018년 건강보험 통계)으로 남자 의사가 압도적으로 많으나 시나브로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직업군에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방서장,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원, 장갑차 조종수, 건설 현장 소장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현재 활동 중인 여성 법조인만 해도 9500여명(전체의 33%)으로 10년 전의 2192명(전체의 15%)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었다. 이젠 여성 대법관, 여성 검사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951년 고등고시에 합격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법조인이 된 고 이태영 변호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판사에 임용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 내정됐다. 원 구성 후 공식 취임하면 48년 제헌국회 이래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된다. 2006년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고, 이어 여성 대통령까지 배출한 나라에서 여성 의원이 이제서야 국회 의장단에 포함되는 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여성의 차별을 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으로 각 분야에서 계속해서 ‘여성 최초’가 탄생하면 유리천장이 산산조각 나는 건 시간문제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방부 장관, 각군 참모총장, 검찰총장 등 아직 여성이 경험하지 못한 직책이 수두룩하다. 김상희 의원이 4년 후 22대 총선에서도 당선된다면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을 꿈꿀지 모르겠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그래야 성(性)이 아닌 능력과 자질이 선택과 인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진정한 남녀 평등사회가 도래할 듯싶다.

이흥우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