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연수 (22) 지진 난 네팔에 구호대… 도착하자 밥부터 짓기 시작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김연수 (22) 지진 난 네팔에 구호대… 도착하자 밥부터 짓기 시작

구호활동 감명받은 주민이 기증한 땅에 국내외 후원받아 3층 규모 고아원 건축

입력 2020-06-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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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일긴급구호대가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이재민에게 전달할 30㎏ 쌀포대를 등에 짊어지고 산길을 따라 걷고 있다.

2015년 4월 25일 네팔 대지진 뉴스가 전 세계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네팔에 분원이 2개나 있는 다일공동체도 큰 충격으로 흔들렸다. 그곳에 3명의 한국인 선교사와 그들의 자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단원 3명이 파송돼 있었다. 현지인 스태프도 적지 않았다. 먼저 그들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한솥밥을 먹는 가난한 아이들도 눈에 밟혔다.

소식이 전해진 첫날, 우린 긴급구호대를 조직했다. 네팔행 첫 비행기로 구호대를 파송하기로 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인도를 통해 육로로 들어가는 방법도 마련해놨지만, 다행히 비행기가 떠 다음 날 구호대 1진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입국 허가를 위해 대기 중인 각국 구호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네팔 경찰과 군대의 안내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무작정 대기해야 할 판이었으나 다일공동체 현지 스태프들의 안내로 곧바로 재난 지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우린 신두팔촉 진앙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터에 텐트를 치고 밥을 짓기 시작했다. 여진이 계속됐지만 다일이 어떤 단체인가. 첫 사역을 밥퍼로 시작한 단체 아니던가. 경황 중에 끼니조차 잊고 황망해 하던 주민들이 울며 밥을 먹었다. 하루가 지나자 다른 나라 구호팀들도 도착했고, 이들 역시 우리 식탁에 와서 밥을 먹고 구호활동을 펼쳤다.

다일공동체는 계속 구호대를 보냈다. 2진, 3진에 이어 9진까지 파견했다. 의료진들도 함께했다. 30㎏ 쌀자루와 생수, 모포들을 이재민들 거처를 찾아가 전달했다. 방역기를 둘러메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방역 작업도 함께했다. 무너진 교회와 집들을 다시 세우고 환자들도 돌봤다.

9차에 걸친 사역을 마무리할 무렵 동네 주민이 갑자기 찾아왔다. 지진으로 발생한 40여명의 고아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고민 끝에 우리가 고아원을 짓겠다고 했다. 그러자 힌두교인 한 사람이 자신의 땅을 기증하겠다고 동참했다. “다일의 구호활동을 처음부터 봤다. 당신들이 믿는 신은 너무 착하고 사랑이 많은 것 같다”며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땅을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곳에 국내외 후원을 받아 40여명의 고아를 돌볼 수 있는 3층짜리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후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고 네팔 정부의 압박으로 기존 다일 사역이 문을 닫는 위기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고비마다 늘 길을 열어주셨다.

애초 네팔 사역의 시작부터가 주님의 계획하심 안에 있었다. 네팔 다일공동체 책임자인 부먼 팀세나 원장은 한국에 근로자로 와서 일하다 예수님을 만났다. 어느 날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어긋나 청량리역 광장에서 서성이다 밥퍼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저 같은 외국인에게도 밥을 주나요”라고 묻던 그는 “당연하지.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지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밥퍼야”라는 말에 감동해 물어물어 다일공동체 교회를 찾았다. 그리고 결국 교회 최초로 외국인 신자가 됐다.

현재 다일공동체는 네팔뿐 아니라 전 세계 10개 나라, 17개 분원에서 나눔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곳곳에서 팀세나 원장 같은 하나님의 역사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