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피나게 노력하는데… 찬물 끼얹는 ‘오심’

국민일보

선수는 피나게 노력하는데… 찬물 끼얹는 ‘오심’

프로야구 개막 한달… 논란 가열

입력 2020-06-03 04:06
프로야구 LG 트윈스 정근우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 6회말 공격 2사 상황에서 주자로 나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자 항의하고 있다. 영상판독 결과 판정은 세이프로 정정됐다. 연합뉴스

KBO 정규리그 개막 사흘째였던 지난달 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SK 와이번즈와의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에 나선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가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전날 논란이던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그는 “안타 하나 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선수가 인터뷰에서 대놓고 판정에 항의하는 일은 프로스포츠에서 드물다. 심판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면 징계까지 갈 사안이다. 그러나 경기 뒤 KBO는 “심판들의 시즌 준비가 부족했다”며 해당 심판진을 전원 퓨처스리그로 강등했다. 심판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준비 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프로야구에서 개막 한 달만에 판정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ESPN으로 미국에 KBO리그 경기가 중계된 뒤로 미국 언론은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이 메이저리그보다 좁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ESPN 해설위원 제시카 멘도사는 “경기를 치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상판독 도입 7년째… 시비는 계속

프로야구에서 영상판독은 2014년 도입됐지만 판정시비는 여전하다. 영상판독 대상이 한정돼 있어서다. 지난달 24일 LG 트윈스와 kt 위즈와의 경기가 일례다. 외야 뜬공 상황에서 LG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으로 들어와 역전에 성공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3루심은 정근우가 뜬공이 아웃되기 전 3루 베이스에서 발을 떼고 출발했다며 아웃을 선언했다. 중계화면에선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영상판독은 시행되지 않았다. 홈런 등 적용대상 9개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KBO는 영상판독 대상을 늘리기엔 기술 여건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판독 대상을 추가하려면 일단 정확한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보다 영상판독 대상이 늘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 여겨지면 시즌이 끝난 뒤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KBO 구단의 홈경기장에는 카메라 15~20대가 운용된다. KBO의 설명은 경기장 모든 상황을 판단하려면 더 많은 영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성호 해설위원은 “영상판독은 모든 플레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다만 판독 요청 기회는 현 수준이 적당하다”고 봤다. 현 기술로도 영상판독이 가능한 영역이 있다면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퓨처스리그 시범 도입이 검토 중인 로봇심판도 판정 정확성을 높일 방법이다. 로봇심판은 이미 미국 하부리그에서 스트라이크존 판독에 적용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안우준 기록원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스트라이크존 규정은 같지만 각국 심판의 성향으로 차이가 생긴다”면서 “로봇심판이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운드 맞아?” 포수에게 묻는 심판

심판의 착오로 오심이 일어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심판이 판정 책임자로서의 자각이 있는지가 의심스런 장면도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지난달 14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 두산 타자 최주환이 투 스트라이크에서 헛스윙을 하자 주심은 삼진 선언 뒤 롯데 포수 정보근에게 공 바운드 여부를 확인했다. 정보근이 “노바운드”라고 답하자 주심은 “바운드 됐는데?”라고 물었다. 정보근이 재차 “노바운드”라고 답하자 “오케이”라며 삼진 선언을 유지했다. 심판이 선수에게 판정이 맞는지를 물은 셈이다.

해당 주심은 경기 뒤 퓨처스리그로 강등됐지만 문제가 해결됐다 보는 시각은 드물다. 강등 기간 자체가 2주 정도로 짧고 다시 정규리그 심판을 볼만큼 판정 수준이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LG 정근우 아웃 판정 논란을 일으킨 심판진도 한화 이용규의 항의 사건과 같은 심판진이었다.

장성호 해설위원은 “2주는 조정기간으로 불충분하다.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면서 “심적 부담을 해결할 시간이 부족하면 심리 위축으로 오심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미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위원은 “오심을 줄이려면 결국 심판 개인 자질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상·수준 별로 교육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심판진 운영방식을 보다 투명하게 알릴 필요도 있다. KBO는 심판위원회 운영규정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 규정이 공개돼 있지만 아마추어 야구에 국한된다.

타 프로스포츠는 대개 심판진 운영규정을 공개한다. 프로축구는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심판 배정을 담당, 심판승강제를 운영하고 심판위 규정을 공개한다. 프로농구는 규정 공개는 물론 연맹 내부 경기운영본부가 심판 배정을 맡고 구단으로부터 항의를 상시 접수해 판정 평가를 공개한다. 프로배구에서도 관련 규정은 공개되어 있다.

김미숙 연구위원은 “심판진 운영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종목을 막론하고) 심판은 시스템이 간단명료하고 명확해야 권위가 있다”면서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선정과 교육, 평가 방식 등 기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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