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 학교다

국민일보

[기고] 학교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 학교다

유병호 인천 완정초등학교 교장

입력 2020-06-04 04:03

“앞으로 등교수업을 못 하고 원격수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학교는 계속 학교일 수 있는 걸까요? 그때도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라는 한 선생님의 질문에,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며 말을 흐린 기억이 있다. 선생님 질문을 되새겨 보니 그것은 학교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상황에서 학교는 공간적 의미 외에 그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때다.

전통적 관점에서 학교는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상호작용 하면서 체계화한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로 선생님들이 자체 연수를 통해 원격수업 콘텐츠도 만들고, 실제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선생님과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익숙해지고 수업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로 얼굴을 마주한다 한들 학생들의 온전한 모습을 살피기는 어렵고,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신체적·정서적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꼼꼼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고 활동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잠재적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 목적을 고려할 때 원격수업이 쌍방향으로 이뤄진다 해도 상당히 불충분하다.

그래서 당국의 등교수업 결정이 나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생기고, 인근 학교 선생님마저 확진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이러다 보니 그간 준비한 등교수업의 형태는 다시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등교수업 유지를 결정한 것은 교육에 대한 본질을 놓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는 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주 우리 학교 초등 1, 2학년 학생들이 첫 등교를 했다. 호기심과 기대에 찬 모습으로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학교를 열어야 하는 이유를 확신했다.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실망시키지 않게 학교가 해 보이겠다고, 저 아이들이 있어서 학교가 비로소 ‘학교’가 됐다고 자문자답하면서 말이다.

유병호 인천 완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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