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1000만원 맡기면 치킨 2마리

국민일보

[한마당] 1000만원 맡기면 치킨 2마리

손병호 논설위원

입력 2020-06-04 04:05

2년 전 Sh수협은행이 연 5.5%의 이자를 주는 5년 만기 적금을 내놓아 화제가 됐었다. 당시 정부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줬는데, 이를 저축하라는 취지로 내놓은 상품이었다. 타 은행 상품이 2~3%대였으니 파격적인 이율이었다. 상품이 나오자 입소문을 타면서 적금을 들려고 새벽부터 은행 앞에 줄을 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협도 이 상품에 몰린 인파 때문에 다른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자 하루 가입자 수를 제한할 정도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고금리 상품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KB국민은행이 3일 목돈 투자처의 대표격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 포인트 내린 0.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한 후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금리를 내린 것이다. 금리 인하 전에는 우대금리 등으로 1%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영락없이 0%대 금리에 머물게 됐다. 이 상품에 1000만원을 넣으면 1년 뒤 이자가 6만원이고, 세금 15.4%를 빼면 약 5만원이다. 1년에 고작 치킨 2마리 값이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은퇴자들이 1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로 생활비를 어엿하게 충당했었는데, 지금은 1억원을 넣어도 연간 50만원이고 월평균 4만원 정도여서 생활에 별 보탬이 안 된다.

0%대 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자금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서 5월 한 달간 7조9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가 워낙 낮아 예금에 들려는 사람 자체가 적은 탓이다. 목돈을 굴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던 정기예금이 이렇게 외면받으면서 저축하는 습관마저 사라질까 염려된다. 게다가 요즘은 대통령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라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온 국민이 리스크가 큰 주식이나 펀드 투자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겠다. 그게 개인과 사회의 미래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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