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중 갈등 우리 편 서라”… 미, 동맹 이탈시 한국 직접 압박

국민일보

[단독] “미·중 갈등 우리 편 서라”… 미, 동맹 이탈시 한국 직접 압박

‘동맹국 화상회의’에 한국 불러, G7 정상회의도 초청… 지지 요청

입력 2020-06-04 04:01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을 자국 주도의 ‘동맹 틀’에 참여시켜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지지 입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중(反中) 동맹’ 틀을 활용해 한국을 중국과 떼어놓고 미국 편에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 문제와 관련해 동맹 틀에서 이탈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교역량이 많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우려하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한국을 동맹국들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문제를 동맹 틀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워싱턴에서 동맹국 주미대사관 관계자들과 중국 문제와 관련한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참가국은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9개국과 유럽연합(EU)이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과 호주뿐이었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동맹국들에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G7 확대를 추진하며 한국을 초청한 것은 우리의 국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지만 중국 전략과 관련해 한국을 동맹 틀에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호주는 G7 국가가 아니면서도 지난 5월 중순 동맹국 주미대사관 회의에 참석 요청을 받았고, 연이어 G7 확대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았다. 미국 입장에서 두 나라는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G7 회원국만큼 비중 있는 국가라는 의미다.

미국이 중국 압박과 관련해 동맹 틀을 들고 나온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개별 국가와 일일이 접촉해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번거롭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압박 조치를 취할 때 개별 국가들과 직접 접촉하다 보니 너무 일이 많아 큰 고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중국 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됐기 때문에 글로벌한 틀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문제에 영국이 가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영국은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안보법 강행 처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문제에 영국이 나서주면서 동맹 틀을 홀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미국은 중국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직접적인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미국과의 관계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도 중국 문제에 대해 실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미국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반중동맹에서 반발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서먹한 관계에 빠진 독일 등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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