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상승세 돌아섰는데… 울상짓는 정유업계 왜

국민일보

기름값 상승세 돌아섰는데… 울상짓는 정유업계 왜

원유·제품 가격 차 ‘정제마진’ 때문… 1분기 4조이상 손실, 2분기도 난망

입력 2020-06-04 04:05

최근 셀프주유소를 방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한때 ℓ당 11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이 어느새 1300원에 가까워져 있어서다. 상승세로 돌아선 석유제품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할 때의 주유소 휘발유값 내림폭에 견줘 최근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여전히 울상이다. 6월에 들어섰지만 아직 한 번도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주간이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276원이다. 올해 초 15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5일 1247원까지 하락한 뒤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가 회복세에 들어선 영향이다. 국제유가 변동분은 2~3주의 시차를 거쳐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지난 4월 배럴당 13.52달러까지 하락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일 37.97달러까지 회복했다.

유가 회복세로 원유 가격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줄어들었지만 정유사들의 근심은 여전하다. 정제마진 회복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인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정유 및 운송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4~5달러의 가격 차이가 있을 때 이익이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정제마진이 4~5달러에 머무른 주간은 없다. 2월 둘째주 반짝 4달러를 기록했으나 이후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4개 정유사의 영업손실은 4조3774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익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수요는 평년의 90%, 항공유 수요는 평년의 60%로 회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 2분기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간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상반기 적자를 하반기에 모두 만회해야 한다. 평년 수요 회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산유국협의체(OPEC+) 회의에서 현재와 유사한 감산 규모를 결정할 경우 국제유가 추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OPEC+는 코로나19로 감축한 원유 수요를 고려해 지난달과 이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970만 배럴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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