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00개 면적 사과밭 덮친 화상병… 충북 농심이 타든다

국민일보

축구장 100개 면적 사과밭 덮친 화상병… 충북 농심이 타든다

한 번 걸리면 뿌리째 뽑아 묻어야… 확진 피해 농가 121곳으로 늘어

입력 2020-06-04 04:06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충주의 한 과수원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보다 과수화상병에 걸릴까봐 잠도 못 자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40년동안 6만6000㎡(2만평)의 사과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인근 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침투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의 사과밭은 화상병이 대규모로 발생한 산척면에서도 차로 40분 정도 달려야 할 정도로 한참 떨어진 곳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자고 일어나면 화상병 확진농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의심신고도 계속 늘면서 과수농가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이상 기온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해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화상병까지 발병해 과수농가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A씨는 3일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서는 외부인을 통제하고 소독을 잘 하는 것 뿐”이라며 “사랑과 정성으로 애지중지 키운 사과가 화상병에 걸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화상병에 걸리면 애써 키운 사과나무를 뿌리째 뽑아 땅에 묻어야 한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약제가 개발되지 않아 살균제를 뿌리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충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도내 화상병 확진 농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충주 102곳, 제천 17곳, 음성 2곳 등 121곳으로 늘어났다. 피해 면적은 축구장(7140㎡) 100개 크기인 71.9㏊에 달한다.

현재 충주 74곳, 제천 21곳, 진천 1곳 등 96곳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간이 진단에서 ‘양성’이 나온 농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확진될 가능성이 크다.

의심 신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충주 43곳과 음성 1곳 등이 추가 접수돼 누적 의심 신고는 302곳으로 늘어났다.

충북도는 화상병이 발생한 과수원의 사과나무를 뽑아 땅에 묻으라는 긴급방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첫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충주 7곳과 제천 3곳 등 10곳(7.4㏊)의 매몰 작업만 완료했다.

방제비용(매몰비용) 산정 지침 변경에 반발한 과수 농가 농민들이 매몰 처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제비용 보상 기준이 1그루당 보상에서 실비 보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의 경우 1㏊ 방제 보상액은 5825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12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금까지 피해가 가장 큰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농가들은 지난 1일 대책위를 꾸리고 농촌진흥청에 “매몰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높여 지급하라”며 건의문을 제출했다.

전북 익산 낭산면의 한 과수원 사과나무가 3일 과수화상병에 걸려 말라 죽어있다. 과수 화상병은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 생기는 세균병으로 나무가 통째로 말라죽는다. 뉴시스

과수화상병은 배, 사과 등에 생기는 금지 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이다. 감염될 경우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농진청은 지난 1일 과수화상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충주 76곳, 제천 62곳, 음성 7곳 등 과수원 145곳(88.9㏊)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피해 보상금은 270억2000만원에 달한다.

충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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