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절제, 세상을 이기는 힘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절제, 세상을 이기는 힘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입력 2020-06-05 04:04

누가 자기 자신을 이겨본 적이 있는가?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로 이행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건강과 믿음 생활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식욕, 탐욕, 정욕을 과연 내가 얼마나 이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순간순간 크고 작은 여러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거나 가까스로 넘어갈 때마다 또는 내가 쉽게 남에게 불만을 토하고 분노할 때마다 나 자신이 가진 절제의 크기를 느끼며 실망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구상에 어려움이 닥쳤다. 이제 4∼5개월 지났는데 전 세계적으로 60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생겼고 사망자도 40만명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지 않아 전염병이 언제 소멸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의료적으로도 힘들지만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일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쟁을 치러도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까 싶을 정도의 환란을 인류가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확산을 겨우 진정시켜 개학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감염자가 여기저기 클럽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님으로써 또다시 바이러스를 대거 퍼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를 보면서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이기는 힘은 ‘절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세상이 가속화되면서 유튜브, 인공지능의 사용이 일상생활화되는 언택트 환경하에서 절제는 나와 공동체와 나라를 지키는 중요 덕목이 될 것이다.

중세 14세기에 창궐했던 흑사병은 거의 4세기에 걸쳐 100회 이상 재발하면서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유럽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동임금이 상승하며 도시화가 진행되는 등 중세 장원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근대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는 당시 염세주의 사상을 반영해 성당을 화려하게 짓고 꾸미는 바로크 미술이 태동했고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됐다. 종교적으로는 전염병 앞에서 기독교의 권위가 무너져 자격 있는 성직자의 지원이 줄면서 기독교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팬데믹의 전과 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사회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모르나 확실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날 세상의 변화가 지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몇 가지 예상되는 변화만 정리해보자. 첫째, 코로나19 지속 기간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세계 경제위기가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둘째, 팬데믹 특성상 경기 회복이 V자로 되기는 어렵고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셋째,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사회가 가속화될 것이고 기업에는 기술혁신이 모든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넷째, 국가 간 정책공조보다 개별 국가의 이해에 따라 경제운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시 국가나 기업 경영에도 절제가 중요하다.

교회와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가치관 정체성 교육을 하되 절제가 몸에 배는 습관이 되도록 지속적인 신앙교육이 필요하다. 언택트 사회와 같은 제4차 산업혁명기술의 비대면 시대에는 스스로를 절제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절제를 먼저 훈련하지 않고서는 세상이 올바로 바뀌지 않는다. 나를 지키고 남도 지켜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절제의 산물이다. 나의 무절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절제도 무너뜨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고전 9:25)라고 외치는 사도 바울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