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 칼럼] 재정 포퓰리스트들의 ‘마지막 잔치’

국민일보

[배병우 칼럼] 재정 포퓰리스트들의 ‘마지막 잔치’

입력 2020-06-10 04:03

3차 추경 규모 35조라지만 실제 지출은 16조…
재정 여력 이미 한계에 달해
관리·통합수지 동시 적자 시대
국가부채도 국제신용평가사 주시하는 위험 구간에
그런데도 곳곳서 “현금 풀자”
마지막 불꽃 화려하지만 그 이후 암흑될까 두려워


지난 3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35조3000억원이다. 언론 기사에는 ‘역대 최대’ ‘초슈퍼 추경’이라는 설명이 빠짐없이 붙었다. 대부분 국민은 본예산에 더해 이만큼의 금액이 추가로 지출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35조3000억원 중 11조4000억원은 코로나 사태로 올해 계획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조세수입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세출과는 아무 관계 없다. 나머지 23조9000억원이 순수한 세출 확대냐, 그것도 아니다. 23조9000억원 중 올해 본예산에서 이미 확정된 세출을 줄인(세출 감액 경정) 게 7조9000억원이다. 결국 3차 추경에 따른 재정 지출 증가는 35조3000억원에서 올해 세수 부족분 보충 11조4000억원과 본예산 지출 삭감 7조9000억원을 뺀 16조원에 불과하다. ‘공식’ 추경 규모의 45%다. ‘추경 규모’기준이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정부 재정 규모를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기준이 총지출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오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민이 실제 받아들이는 ‘재정 지출 증가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3차 추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 재정을 편성하는 각오로 국가재정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했다. 집권 여당은 “(3차 추경이) 40조원 이상도 되게 하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가 압박을 받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실제 총지출 증가는 왜 16조원에 그쳤나.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재정 상황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더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재정 여력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

기재부는 3차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말 38.1%에서 올해 5.4% 포인트 급등한 43.5%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성장률이 정부 추정치보다 낮아지고 세수 결손은 더 커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비율이 연말에 45%를 넘고, 내년엔 50%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등이 한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관련해 주시한다고 알려진 ‘위험 구간’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다. 대표적인 나라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12조2000억원 적자로 GDP 대비 적자 비율이 6%를 넘어설 전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진한 기업 실적과 내수 침체, 청와대의 재정 확대 드라이브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5%를 넘을 것으로 본다.

관리재정수지뿐 아니라 통합재정수지까지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선 것도 예사로 볼 게 아니다. 통합재정수지에는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아 흑자가 매년 늘어나는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이 반영된다. 적자가 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도 올해 적자가 GDP의 2%에 이른다는 것이다. 재정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김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와 맞물려 통합재정수지의 적자 추세를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큰 폭의 관리·통합재정수지 동시 적자’가 한국 재정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전 국민에게 내달 초에 다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한다. 전 국민에게 20만원씩만 지급해도 10조원이 든다는 게 기재부의 계산이다. 무엇보다 아직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끝나지도 않았다. 1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도 없다는 투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다. 공돈 싫어할 사람 없다는 걸 노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전형이다. 지금 같은 재정 위기 속에 재원 대책도 없이 기본소득을 논의하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도긴개긴이다.

이번 정부의 지난 3년은 역대 정부가 힘들게 쌓아놓은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과 재정 건전성 보장 장치를 하나하나 파괴하는 시간이었다. 비효율적인 대형 국책사업을 막아온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무력화했고, 추경 편성 요건에도 맞지 않는 미세먼지 추경 등을 남발했다. 결국엔 수십년간 암묵적인 재정준칙의 역할을 해온 ‘국가채무비율 GDP 40% 상한’도 없앴다.

“국민이 원하면”을 남발하는 재정 포퓰리스트들과 지지자들의 환호는 그동안 피땀 흘려 모아놓은 재정으로 벌이는 ‘마지막 잔치’ 같다. 마지막 불꽃이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이후엔 암흑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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