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세우기 위해 다리 놓고 발판 만든다”

국민일보

“다음세대 세우기 위해 다리 놓고 발판 만든다”

[건강한 미주 한인교회를 가다] <17> 필라델피아 영생장로교회

입력 2020-06-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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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영 영생장로교회 목사(앞줄 왼쪽 다섯 번째)가 2018년 6월 교회에서 열린 영생한국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교회는 한인 2세의 한국어와 정체성 교육을 위해 1983년 영생한국학교를 개교했으며, 현재 135명이 재학 중이다.

백운영(62) 필라델피아 영생장로교회는 선교사 출신 목회자다. 대학 2학년 시절 ‘선교한국’과 같은 개념의 미국 얼바나선교대회에서 선교사가 되기로 헌신한 후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 진학했다.

1990년 영생장로교회에서 GP선교회 선교사로 파송 받아 필리핀에서 5년, 인도네시아에서 15년, 말레이시아에서 5년간 사역했다. 백 목사는 “GP선교회에 들어가기 전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OMF 소속으로 선교훈련을 받았는데, 그곳에도 백인 중심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었다”며 “그래서 ‘언젠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선교를 사용하실 때 준비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GP선교회 사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 목사는 선교지에서 신학교 교수로 현지 지도력을 세우며 무슬림 사역을 전문적으로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경제발전에 따른 도시화 과정에서 무슬림 공동체 청년들이 도시로 나오면서 크리스천으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크리스천이 많은 것도 도시화 과정에서 일어난 복음화 현상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도시로 몰려든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공장 노동자나 건설현장의 일용잡부”라면서 “고달픈 그들의 삶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기독교 공동체가 따뜻한 관심을 갖고 복음을 전하자 예수를 영접한 뒤 신실한 크리스천은 물론 목회자와 선교사가 된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백 목사는 무슬림 사역 경험을 토대로 풀러신학교에서 무슬림 선교를 주제로 선교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턴 GP선교회 국제대표가 돼 세계선교 속에서 한국선교가 보조를 맞추도록 돕고 국제무대에 한국교회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4년간 40개국을 다니며 선교사를 배치하고 현지 교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백 목사가 파송교회였던 영생장로교회에서 청빙을 받은 것은 2015년 국제대표 임기가 1년 4개월 남았을 때 일이다. 백 목사는 “담임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공동의회에서 압도적으로 청빙을 결정했다”면서 “기도 중에 미국 사회에 거주하는 다민족을 향한 선교와 다음세대 교육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응답을 받고 수락했다”고 회고했다.

교회는 1981년 이용걸 원로목사가 12가정과 함께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85년 5만6655㎡(1만7138평) 교회부지를 매입하고 88년 교회건물을 세웠다. 그가 국제 선교사역을 펼치다 2016년 필라델피아로 돌아왔을 때 교회는 세대의 벽, 인종의 벽을 뛰어넘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호르섬 교회 앞에서 세계선교의 흐름을 설명하는 백운영 목사.

백 목사는 “주일 예배 때 KM(Korean Ministry)에는 1200여명이 모이고, 주일학교는 500명, EM(English Ministry)에는 300여명이 모였다”면서 “EM에 출석하는 청년들은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상태에서 정신은 백인인 줄 인식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부임 후 방향을 잡고 준비한 것은 다민족교회, 멀티 에스닉(Multi ethnic) 교회다. 백 목사는 “한국교회든 미주 한인교회든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지 특정 민족이 아니다”며 “‘이 예배당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여러분 마음의 문을 열라’고 외쳤다. 그래서 ‘KM부터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20년 뒤 한국어로 예배드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한인 이민사회의 특성을 소개하며 한국인을 위한 목회에서 벗어나 선교적 관점에서 변화의 시도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백 목사는 “뉴욕이나 LA, 애틀랜타는 한인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지만, 필라델피아는 그렇지 않다”면서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장년이 고령화로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생장로교회가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 이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은 다민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지난해 중대 결정을 했다. EM이 독립 당회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KM과 EM이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 교회 모델인데, 자녀교육은 공동으로 한다. 교회의 중요 결정은 백 목사가 하지만 건물유지 보수 등 교회운영은 KM과 EM이 공동으로 책임진다. 부모세대의 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전수하기 위해서다.

백 목사는 “교회의 운명이든 선교 방향성이든 결국 답은 하나님께 있다”면서 “하나님은 당신에게 마음의 중심이 있는 사람들을 사용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시키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 선교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선교사 후보생이 나오지 않으면서 선교단체도 거품을 빼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만약 한쪽에서 선교운동이 줄어든다면 하나님께선 다른 쪽을 일으켜 주실 것이다. 현재 선교의 촛대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목사는 “교회든 선교단체든 젊은이 지도력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에게 ‘너희들이 나를 밟고 올라서라’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만, 사역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선교 사역이 계속될 수 있도록 다음세대를 세우기 위해 다리를 놓고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는 영생한국학교, 영생선교훈련원, 영생장학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선교단체와 함께 도시구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필라델피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