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힘센 통일부 장관 나와야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힘센 통일부 장관 나와야

입력 2020-06-24 04:01

남북문제 靑안보실과 국정원 주도해 통일부 역할 줄어들어
권한에 비해 짐은 너무 무거워 어려웠다는 전직 장관 이임사
정무감과 추진력 있는 정치인 장관과 부총리급 위상 필요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사의 표명을 지난 19일 수용했다. 여러 뒷얘기가 나오지만 한마디로 통일부 장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 했다는 게 이유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뭔가 좀 사고를 칠 줄 알았는데…”라며 실망하는 얘기가 자주 흘러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6일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직무에 임했어야 하는데, (통일부는) 없는 부처 같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남북 관계를 풀려고 했는데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등과 청와대에서 함께한 오찬 간담회에서다. 문 대통령은 자기 뜻이 밑(실무진)에서 잘 이행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참모진에게 수차례 표현했다고 한다. 올 신년사에서도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남북이 자체적 노력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최일선에서 나서야 할 통일부 장관부터 누구도 ‘사고’를 치려 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이 지나치게 과잉 대응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미워킹그룹 등 미국과 국제사회 눈치만 보고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제대로 한 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이뤄진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인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는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문제는 통일부의 무게감이다. 김 전 장관은 이임사에서 비판과 질책을 안고 가겠다면서도 통일부가 가진 권한에 비해 짐은 너무 무거웠다고 토로했다. 통일부에 주어진 위상과 역할이 너무 미미했다는 자조다. 실제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 문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주도했다. 이들은 고비마다 북한과 미국에 특사로 파견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및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통일부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통일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는 현 정부 들어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때부터 줄곧 이어졌다. 관료 출신인 조명균 전 장관과 학자 출신인 김 전 장관 모두 추진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다. 여권에서는 진보 학자 출신인 김 전 장관이 임명되면서 관료들과 달리 과감하게 뭔가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우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면 된다. 통일부가 남북 문제에 있어 강한 추진력을 갖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도록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박지원 전 의원 등 정치권 일각에서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도 맡아 개성공단 사업을 이끄는 등 남북 관계를 총괄했다. 지금은 정의용 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책을 북한 스스로 대남 총책이라고 밝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 친동생으로 사실상 2인자인 김 부부장의 카운터파트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도 통일부 장관의 무게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통일부 장관을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소위 ‘힘센’ 장관이 나와야 한다. 그립을 세게 잡고 남북 문제를 끌고 갈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적극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료나 학자보다는 정무감각과 강한 추진력을 겸비한 정치인이 제격이다. 후임 통일부 장관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와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정치인이라면 기꺼이 나서줄 것으로 믿는다. 통일부의 위상 제고와 함께 후임 장관을 제대로 내세워 다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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