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갈 길을 묻다

국민일보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갈 길을 묻다

회복하는 교회/문화랑 이정규 김형익 양승언/이춘성 서창희 지음/생명의말씀사

입력 2020-06-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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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언 다움교회 목사(오른쪽)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뉴시티교회에서 책 ‘회복하는 교회’ 출간을 기념해 열린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 온라인 참석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상섭(그사랑교회) 이춘성(광교산울교회 청년부) 이정규(시광교회) 목사.생명의말씀사 제공

주일이면 가족은 거실에 둘러앉았다. 아버지가 인터넷에 연결된 텔레비전을 켜면 가족은 이를 보며 예배를 드렸다. 온라인 주일예배가 몇 개월째 이어지던 어느 날, 아버지가 여느 때와 달리 성경책을 먼저 폈다. 어린 딸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배드려야 하는데 왜 컴퓨터 안 켜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가정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다.

문화랑 고려신학대학원 예배학 교수는 위 사례를 들며 이렇게 말한다. “몇 달간의 경험이지만 (온라인 예배는) 분명 아이의 예배 개념 형성에 영향을 줬다. 성인 성도의 경우는 어떤가. 예배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많이 달라져 있지 않겠는가.”

‘회복하는 교회’는 문 교수를 비롯해 예배와 설교, 공동체와 기독교 세계관, 사회적 책임 등 분야별 전문가 6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가 맞이할 변화와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들은 한국교회에 묻는다. ‘예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고난의 시대에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하는가’ ‘교회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교회 양육과 훈련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한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이 질문들이 ‘하나님·사람·세상과의 관계’와 깊이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고 목사는 서문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결국 인간과 세상은 동일하고 하나님은 변치 않는 분”이라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으려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도 본질에 충실한 제언을 내놓는다. 문 교수는 예배를 ‘쌍방향적’이며 ‘하나님 중심’으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다. 예배는 하나님이 인간을 부르면 인간이 이에 반응하는 자리다. 온라인 예배라도 성도가 답할 수 있는 찬양이나 봉헌 같은 순서는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앙고백이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웃과 나라를 위한 중보기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연보’를 예배 순서에 넣는 것도 권했다.

김형익 광주 벧샬롬교회 목사는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한국교회가 ‘탈 예배당 공동체’ ‘관계적 공동체’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교회 공동체가 예배당이라는 지정된 성소에서 벗어나면 신앙은 성도 개인의 일상과 가정, 일터로 들어온다. 일상 영성을 체험한 성도는 목회자의 관리가 없더라도 성숙한 신앙생활을 꾸려나가게 된다. 목회자 위주의 공동체에서 성도들이 영적 성숙을 주도하는 ‘관계적 공동체’로 바뀔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교회학교와 가정이 협력하는 교육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님은 신앙교육의 일차적 책임을 가정에 맡겼다.(창 18:19) 양승언 다움교회 목사는 “코로나19의 긍정적 영향 중 하나는 신앙교육에 있어 가정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라며 “교회학교 교과과정에 부모가 참여하고, 성인 대상 훈련 과정에도 자녀 신앙교육의 사명감을 고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무조건 순종하면 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저주받는다’는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이 목사는 “어차피 인간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하나님께 늘 불순종한다.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고통에는 목적과 이유가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자”고 권한다. 하나님 뜻을 인간이 모두 헤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욥은 엄청난 고통을 받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하나님이 인간을 괴롭히려고 고난을 허락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자 절대자인 예수는 인간의 죄를 감당하기 위해 고통을 자처했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가운데 좋은 평가보다 혹독한 질책을 더 많이 받았다. 앞으로는 교회가 사회의 기대에 먼저 부응하자는 게 저자들의 의견이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의 추천사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뒷수습만 하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사회와 민족에 대안을 제시하고 섬기는 모습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때야말로 복음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