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승리자의 관을 얻으려면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승리자의 관을 얻으려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입력 2020-06-26 04:02

21대 총선에서 176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를 주장하고 여론 확산에 나섰다. 건설업자가 한 전 총리에게 준 1억원짜리 수표가 여동생의 아파트 전세금으로 쓰였다. 이런 물증이 있는 부분에 관해서 대법원은 전원일치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여권 인사들은 ‘대통령과 여당은 한 전 총리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다. 사법부의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받는 대통령 최측근 경남 도지사에 대해 1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했으나, 2심은 보석으로 석방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선고를 지연시키고 있다. 공직의 엄중함과 신뢰를 위해서는 공무원 범죄에 대해 신속하게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 4200만원 뇌물을 받은 정권 실세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해 법원은 양형기준과 달리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이 정치’라는 판사도 있다. 대선여론조작 사건의 1심 재판장은 선고 직후 기소됐다. 사법부의 독립이 위험하다.

울산시장 선거조작 혐의로 기소된 전 지방경찰청장과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조국 아들의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혐의로 기소된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여권의 공천을 받아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검사는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에 굴복하며 진실을 외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뜻에 반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검사가 신분상·직무상 손해를 보면서 진실에 반해 기소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위와 같이 기소된 여권 당선자들의 공직수행 적절성과 신뢰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들이 국민의 대표자가 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여권의 조치는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권을 향해 칼끝을 겨누던 검사들은 대부분 갑작스러운 인사로 좌천됐고, 이를 지휘한 검찰총장은 여권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고 있다.

헌법질서의 근간인 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축으로 한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국가권력의 형성 및 의사결정에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고,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 원칙’에 따라 국민은 정치적 지배질서를 형성함과 동시에 그 구속을 받는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권력도 민주적 독재와 전제정치로 변질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수 있다. 동구의 공산독재 정권과 히틀러의 파시즘 정권 등은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집권하였음에도, ‘민주’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했다.

민주국가에서 이런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법치주의가 강조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국가 원리다. 권력분립을 통해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제한다. 국가권력은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를 위해 국민이 위임한 사람에 의해 행사돼야 하고,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권력이라 해도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 존엄의 실현을 위해 법치주의에 의한 구속을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내용으로 할 때, 비로소 그 완결성을 가진다. 루소는 “인간이 자유와 정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법 때문이다”고 했다.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아니하면, 승리자의 관(冠)을 얻지 못한다”(디모데후서 2장 5절) 여권은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수사의 중립’을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존중함으로써 자유·정의·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승리자의 관’을 얻을 수 있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