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로 희망이 멈춘 우간다 난민캠프

국민일보

[기고] 코로나19로 희망이 멈춘 우간다 난민캠프

김경원 굿네이버스 우간다 프로젝트 매니저

입력 2020-06-26 04:02

코로나19의 공포는 개인의 일상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재앙이 됐다. 연일 언론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는 물론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간다는 지난 3월 21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국경을 폐쇄하고 인구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강경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열악한 의료체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대응이었지만 이로 인해 국가 경제를 움직이던 수레바퀴가 멈췄다. 시장이 폐쇄되고 일용직으로 살아가던 이들의 직장이 사라졌다.

우간다 남서쪽에 위치한 차카 II 난민정착촌에 사는 아이들은 더욱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열한 살 마리니는 3년 전 여동생과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다. 난민캠프에 정착한 후 유엔기구, 굿네이버스와 같은 비정부기구의 지원을 받게 된 자매는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더이상 굶주리지 않고 학교에도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자매는 또다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식량계획(WFP)은 현물 배급량을 기존의 60% 수준으로 줄였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들고, 보건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난민캠프의 상황은 공포를 넘어 아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간다는 터키, 파키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다. 5월 31일 기준 142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3만여명이 마리니처럼 보호자 없이 도망 온 미성년자다. 이들은 난민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본적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난민들에게 코로나19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공포는 ‘인류 공존’의 정의와 실천에 새로운 방향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불명확하고 불완전해진 지금 우리는 ‘협력’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마리니의 손에 식량, 책가방을 넘어 안전한 생활, 자립,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쥐어질 수 있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경원 굿네이버스 우간다 프로젝트 매니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