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복적 경찰활동에 거는 기대

국민일보

[기고] 회복적 경찰활동에 거는 기대

김재희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입력 2020-06-30 04:02

어릴 적 동네엔 ‘반상회’가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마을의 일을 함께 의논했다. 때론 층간소음이나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를 주제로 서로에게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일도 했었다. 언젠가부터 사소한 갈등으로 이웃 간 고성이 오갈 땐 대부분 민원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 시작했다. 정작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해도 경찰은 해당 갈등이 ‘범죄’가 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경찰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회복적 경찰 활동’을 선언했다. 이 소식을 맨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던 아랫집 사람이 윗집 사람을 무차별 폭행했다는 사건 등이었다.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겐 큰 고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다른 고통을 가해 갚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가해자가 책임과 비난을 피하고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상대방을 헐뜯기보다 자신이 끼친 피해의 온전한 무게를 파악하고 회복을 위한 책임을 수용하는 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에선 공동체가 나서서 당사자로, 동시에 조력자로 대화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경찰이 자진해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물론 문제의 바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수사를 통해 범죄를 저지하던 경찰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문제의 중심에 초대받는 일은 생소하고 번거로운 일이다. 또 중립을 중시하던 경찰이 당사자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외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찰로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를 주요 임무로 명시하고 있는 경찰법(제3조 제2호)에 따르면 범죄 예방을 위한 직접적 수행기관으로서 경찰 활동의 역할과 기능은 회복적 경찰 활동과도 상당 부분 오버랩된다. 부디 회복적 경찰 활동이 정착돼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동네 지구대에 모여 앉아 때론 언성을 높여 다투기도 하고, 억울함에 울기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했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의 의미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김재희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