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려스러운 K자 경기회복

국민일보

[경제시평] 우려스러운 K자 경기회복

입력 2020-06-30 04:05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했던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향후 경기 회복 경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증시 호조, 소비 반등 등을 이유로 V자형의 급격한 회복을 예상하는가 하면 재확산 우려로 회복세가 매우 더딘 나이키 로고 형태를 예상하기도 한다. 상당 기간 부진이 이어지겠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면 경기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U자형이나 코로나 상황에 따라 봉쇄 조치가 반복되면서 W자형의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교역 위축, 수요 부진 등을 근거로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바이러스에 맞서서 봉쇄나 경제활동 제한 등의 방역 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의 근원인 바이러스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경제가 어떤 경로를 따라 갈지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확실한 회복 경로가 하나 있다. 바로 K자형 경로다. 글자 모습 그대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빠르게 회복되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으로 양극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형 우량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하락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이나 구글·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 재택근무가 가능한 지식근로자, 부유층 등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고 소득을 축적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이나 서비스업, 관련 근로자, 일용직 노동자와 빈곤층 등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고 소득을 잃었다. IT,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으나 수요가 사라진 도소매업이나 여행업 등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기반한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결국에는 취약계층에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경제적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비대면화와 디지털화 가속 등으로 이들이 주로 종사했던 부문의 일자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워 사회 불평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일시 휴직자가 지난 3개월간 평균 100만명씩 늘었고 5월에도 일자리가 1년 전보다 39만개 감소했는데 대부분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 저임금 근로자들이 종사하던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이 끊기면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도 전년 대비 20만명이나 줄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K자형 회복을 방관한다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 안정 기반이 훼손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물론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한 것처럼 K자형 회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L자형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가 복지정책 차원이 아니라 경기 대응정책 차원에서라도 회복의 양극화 현상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할 때인 것이다. 마침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 등과 같은 과감한 수준의 정책들이 사회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 같은 논의가 향후 정부의 역할, 복지정책의 필요성과 지향점, 보편적 증세와 같은 재정 확보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해 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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