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어둠 받아들이고 아침 기다리는 신앙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어둠 받아들이고 아침 기다리는 신앙

입력 2020-06-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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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애를 쓰고 몸부림쳐도 빛은 사라지고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드는 어둠 속에 갇히는 때가 있게 마련이라고. 그렇다고 어둠의 시간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까닭은 빛 가운데서는 절대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어둠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책 ‘어둠 속을 걷는 법’ 중).

미국의 전설적인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프레드 로저스 목사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를 보면 아이들과 관계에서 어른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한 가지를 보여준다. 로저스 목사가 텐트를 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간인데, 생각보다 텐트가 잘 세워지지 않아 이리저리 기우뚱하다가 끝내 텐트를 설치하지 못한다. 방송 스태프들은 휴식 시간에 그에게 텐트를 미리 설치할지 묻는다. 그는 실패한 모습 그대로를 방송에 내보내자고 말한다. 어른들도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빛과 어둠,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빛과 성공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어둠과 실패를 아이들이 접할 기회라도 오면 ‘너희들은 몰라도 된다’며 서둘러 현장을 가리곤 한다. 아이들은 점점 어둠과 실패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다 인생에 어둠이 찾아오면,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해 버린다. 그것이 과정이거나 삶의 일부분인데도 말이다. 주인공 외에는 의미 없고 해피엔딩이 아닌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테일러는 ‘전적 태양 영성’(full solar spirituality)이라 명명한다. 거부해도 삶에서 어둠을 떼 낼 순 없다. 믿음에 회의가 찾아오기도 하고 실직하기도 하며 자녀와 관계가 잘 풀리지 않기도 한다. 아픈데 다치기까지 한다. 기도해도 곧바로 응답은 오지 않고, 때론 상황이 더 나빠진다. 이게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런 어둠의 시간이 찾아오면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의 태도는 ‘돌파’보다 ‘수용’에 가까울 것이다. 결혼한 지 27개월 만에 선교지 에콰도르에서 인디언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해 순교했던 짐 엘리엇의 아내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우리가 혼돈 속을 떠도는 존재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삶은 영원하신 분의 팔에 안겨 있기에 무수한 고통의 순간 속에서도 눈앞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안 가운데 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책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 중) 이때의 수용은 결코 자포자기가 아니다.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신뢰이자 하나님께서 이루실 선한 일에 대한 기다림이다.

지금이 바로 수용과 기다림을 신앙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할 때가 아닐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시간은 길어지고 사회는 지쳐가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어떤 노력을 하기도 어려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난관에 부딪히면 대안을 마련하고 대처하며 전진하던 패턴이 이번엔 통하질 않는다. 움직이면 부담이 되고, 모이면 위험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더하기보다 덜어내고, 뛰어나가기보다 잠잠히 머물며, 소리쳐 외치기보다 고요한 침묵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뤄가실 구원을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닐까. 밤의 시간임을 받아들이고 아침을 기다리는 파수꾼처럼 말이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시 130:6)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