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독립적 국회 예산처까지 재갈 물리나

국민일보

[사설] 민주당, 독립적 국회 예산처까지 재갈 물리나

입력 2020-06-30 04:02
시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의 예산 통제는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를 가르는 핵심 지표다.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의회가 탄생한 것도 왕의 자의적인 세금 징수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2차 대전 후 ‘큰 정부’가 대세가 되면서 예산 결정 과정에서 행정부의 역할이 대폭 확대됐지만 2010년 이후 그 추세는 역전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 위기를 거치며 예산 결정에 대한 의회 감시 기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지만 예산 결정 과정에서 국회의 실질적인 권한은 매우 미약하다. 국회는 예산 심의·확정권을 가질 뿐 편성권은 행정부에 있다. 그나마 국회가 예산 심의권을 행사하는 데 지지대가 되어온 기관이 국회 예산정책처다. 예산처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국가 예·결산 심의를 지원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비당파적이고 독립적인 연구와 분석이 첫째 모토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이례적으로 예산정책처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예산처의 본래 기능이 정부 견제라고 하지만,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하거나 ‘지적을 위한 지적’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예산처가 2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일부 의원들은 예산처 비중을 줄이자고까지 한다.

최근 재정건전성이 위험 수준이지만, 관련 부처나 국책 연구기관에서 이를 깊이 있게 다루거나 경고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뒤끝’이 두려워 모두가 입을 닫고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나 대학교수들도 큰 차이가 없다. 직간접적으로 오는 정부의 압력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들의 정책에 쓴소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부가 있었겠느냐마는 이번 정권의 행태는 이 사람들이 야당 시절 그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행정부와 민간을 넘어 입법부의 중립적 기관에마저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국민이 이러한 무도(無道)한 행동을 하라고 거대 의석을 준 건 아닐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