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뉴노멀 시대의 슬기로운 신앙생활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뉴노멀 시대의 슬기로운 신앙생활

입력 2020-07-04 04:04

어렸을 적 작은 소도시 읍에 있는 교회는 사춘기 소녀들의 놀이터이자 멜랑꼴리를 달래주던 안식처였다. 시내에서 2㎞ 떨어진 먼지 풀풀 나는 시골길을 오가며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와 이광수의 ‘흙’을 얘기하고 볏단에 누워 쇼펜하우어와 키르케고르를 치기 어리게 논하던 중학교 때 교회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기도하기 위해 들르는 종착지였다. 그렇게 교회는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방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교회는 삶의 전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교회 때문에 그 지역을 떠나지 않으신다. 학창 시절에는 할머니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신데도 수요 저녁예배를 위해 교회에 가는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어머니는 교회 가지 말라고 말리는 자녀들 몰래 교회를 다녀오셨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뒤에는 폭탄 데이터요금을 감수하고 그 교회 사이트에 접속해 목사님 설교를 들으셨다.

저성장의 고착화, 인공지능(AI)의 역습, 바이러스의 기습 등 비상식적인 것들이 상식이 돼버린 뉴노멀 시대에 교회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모이는 예배’가 불가능하다면 영적 갈급함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가뜩이나 늘고 있는 ‘가나안’ 신자들이 더 확산되지 않을까.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로 인한 고연령층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온라인 예배를 위한 디지털 장비가 미흡한 소규모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했던 지난 4월 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언론포럼이 전국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의 한국교회 영향도’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주일 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는 답변은 41%에 불과한 반면 ‘온라인 예배 또는 가정예배로도 대체할 수 있다’는 답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부터도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1주일에 한 번 출석하던 교회에 안 간 지 몇 달이 됐다. 대신 유튜브를 찾아 ‘설교 쇼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낯설고 참된 신앙생활은 아닌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다.

하나님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외형적 성장과 맘몬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를 향한 경고다. 예수님은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요한복음 2장 16절)며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환전상을 쫓아내셨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니 지상 13층 교회 건물이 아무 소용이 없더라”며 “교회의 본질과 교회됨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의 본질은 외형이 아니라 결국 삼위 하나님과 말씀, 예배 순간이라는 것이다.

뉴노멀 시대에는 ‘흩어지는 교회’가 일상화되는 만큼 가정예배에 역점을 두고 주일 예배를 분산해 토요예배를 신설할 필요도 있다. 주5일제, 주4일제가 확산되면서 가나안 교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크리스천들이 언택트 시대에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공동체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또다시 늘어나면서 교회들은 시험대에 섰다. 교회의 소명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뉴노멀 시대에 방법론은 바뀌어야 할 듯하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목협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닫힌 위계적 교회’의 시대는 가고 ‘열린 연결망으로서의 교회’가 오고 있다”며 “개교회주의의 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복음의 메타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러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9일과 14일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주제로 ‘2020 국민미션포럼’을 연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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