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가 과세 형평성 뒤흔든다”[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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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가 과세 형평성 뒤흔든다”[이슈&탐사]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④모순 덩어리 임대사업자 대책-전문가 조언

입력 2020-07-01 04:02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임대차보호 3법’(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핵심은 전월세 계약 시 5% 상한룰 적용, 임차인이 원할 경우 계약 갱신(1~3회 혹은 무제한) 권한 부여가 핵심이다. 안정적 가격에서 오래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거머쥔 상태여서 실제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임대사업자 관련 제도 정비 없이 임대차 3법만 통과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30일 “현재 단기민간임대주택의 의무 임대기간이 4년인데, 계약갱신청구권이 2+2년으로 늘어나면 임차인 입장에선 임차 기간이 4년으로 똑같아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세제 혜택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폐지하거나 장기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게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이 만들어지면 일반 임대인에게도 5% 상한룰, 4·8년 임대 의무 등이 부여돼 등록 임대사업자와 다를 바 없는데 각종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법이 통과되면 어차피 모든 임차인에게 4년 기간이 보장되는데, 4년 이상 의무 임대기간을 지켰다고 세제 혜택을 주는 이상한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과세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에서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의 실수를 인정하고 세제 혜택을 축소했지만 대책 발표 이전 임대사업등록자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14일 이전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은 당시 가격이 6억원 이상이었더라도 지금 임대주택 등록만 하면 양도세 공제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뒤에는 임대인과 임대사업자 간 세제 혜택 차이가 발생하고, 임대사업자 내에서도 집을 언제 샀느냐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9·13 대책 이전에 등록된 기존 주택에 대해서는 아직도 세제 관련 제한을 안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임대주택 기존 등록자 156만채에 대한 혜택을 건들이면 이들이 매물을 내놓아 아파트 값이 당장이라도 잡힐 것”이라며 “당장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기에 주택시장 충격이 크다면 5~10년 기한을 두고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주택 처분을 외치는 정부가 다주택 길을 열어주는 모순된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전 교수는 “임대사업자 인센티브가 나오자 투기꾼들은 환호했고 집값이 오르면서 자기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에게 오히려 큰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혜택 확대를 반대했던 박주현 전 민생당 최고위원은 “세입자를 보호하려고 임대업자를 독려할 순 있지만 말도 안 되게 많은 혜택을 줘 오히려 조세 형평성과 조세 정의가 완전히 사라졌다. 다주택을 권장한 셈”이라며 “다주택자 양산으로 결국 서민 아파트 가격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저금리와 3기 신도시 개발 호재 등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크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어차피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공성을 전제로 집주인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월세 시장을 만들고 세원도 발굴하는 전략이 나쁘지 않다”며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히 되면서 민간을 규제하면 문제가 없지만, 공급이 부족한데 규제만 강해지면 임대료 상승이나 임대의 질적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장에 매물이 풀리기 어렵다면 집주인을 임대사업의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치밀한 정책 설계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뒤 초기에는 임대료가 올라가고 2~3년은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이후 금리가 올라가면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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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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