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과잉

국민일보

[샛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과잉

정진영 종교국장

입력 2020-07-02 04:01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는 30일 관련 법률 시안을 공개하고 국회에 입법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개인의 행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명칭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로 바꿨다.

한국교회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소수가 찬성하는 반면 대다수는 반대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주요 교단 총회장들은 잇따라 모임을 갖거나 성명을 통해 법 제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교총은 30개 교단 5만4000여 교회가 가입한 명실상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주요 교단에는 NCCK 주요 회원 교단인 예장 통합, 기감을 비롯해 예장 합동, 기성, 기하성, 고신, 백석, 기침, 성결, 예장 개혁, 예성, 합신 등이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찬반양론으로 쪼개진 개신교’가 아니라 절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팩트다. 지난 몇 년간 교회가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2018년 사실상 개신교를 겨냥한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교계가 들썩였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평소 정치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사역에 주력해 성도들의 신뢰를 받는 목사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법을 거부하는 교계의 정서가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계 입장은 분명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궁극적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혼 합법화를 유도함으로써 성경의 창조질서를 무너뜨리고, 이를 비판하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양심, 신앙,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특정 차별 사유를 다루는 개별 법률이 아닌 ‘…등’의 문구를 통해 포괄적으로 차별 행위를 규제하고 벌금형과 징역형 같은 형사처벌을 가능토록 하는 것은 ‘과잉’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찬성=진보, 반대=수구’로 인식된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당위를 쉽게 이길 수는 없다. 교회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명쾌한 논리를 합리적으로 공박할 더 선명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기독교가 결코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법의 제정 여부는 결국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주도면밀한 홍보와 선전 전략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자주 개최될 공청회나 TV 토론 등 여론 수렴 과정에는 가능한 한 참신한 인물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 반대에 주도적으로 앞장섰던 인사들보다는 목회에 헌신했던 신망 있는 목사들이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론에는 어눌하더라도 신앙의 깊이로 이해와 설득에 나서는 것이 어떨까 싶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분열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일부에서는 ‘순교의 각오’로 저항하겠다고 할 정도로 개신교의 일반적 정서는 완강하다. 이 사안은 과거 사학법 파동이나 종교인 과세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계에서 휘발성이 크다. 많은 교회와 목사들은 절체절명의 심각한 현안으로 받아들인다. 정치권, 특히 정부 여당이 교회 상황을 너무 만만하게 혹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입법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기를 바란다. 교회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있다면 끊임없이 대화해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차별금지’라는 당연한 명제에 매몰돼 또 다른 차별을 낳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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