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수도권 인구 집중이 드러낸 난제들

국민일보

[여의도포럼] 수도권 인구 집중이 드러낸 난제들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입력 2020-07-02 04:06

통계청의 지난 29일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고 한다. 1970년 913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28.3%를 차지했던 수도권 인구는 이후 계속 늘어나 2020년 현재 2596만명이 돼 50%를 넘어선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수도권 인구 집중은 주로 서울의 문제였다. 1966년 소설가 이호철은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신문에 연재했다. 당시 서울 인구는 380만명, 면적은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992년 1090만명까지 늘었던 서울 인구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함께 줄어 현재 960만명이 됐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같은 기간 663만명에서 1341만명으로 배가 넘게 늘었다. 인구 규모는 엇갈렸지만 일자리는 여전히 서울이 우세하다. 지난달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일자리는 각각 430만개와 316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31%와 23%를 차지한다.

비수도권으로부터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오랜 현상으로 1975년에만 100만명 넘게 수도권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인구 유입은 50만명을 넘어본 적이 없었고, 한동안 수도권은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이후 2010년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결과였다. 그런데 공공기관과 부처 이전이 마무리된 2017년 이후 추세가 다시 역전되면서 수도권 순이동이 감소에서 증가로 바뀌었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2070년대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으로의 유입이 다시 늘기 시작한 2017년 이후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나 인천보다 서울로의 비수도권 순유입이 가장 많고 영남권과 호남권, 특히 영남권으로부터의 유입이 많다. 연령대별로는 10대에서 20대, 특히 20대가 다수를 차지한다. 수도권으로 오는 이유는 취업과 교육이 중요한데 특히 최근 취업을 위한 이동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비수도권으로부터 수도권으로의 이동은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약하자면 최근 수도권으로의 이동의 대표적인 특성은 20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혼자 이동하는 것이다.

얼핏 지역 간 인구분포 변화 혹은 오랫동안 지속된 익숙한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이런 현상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그러나 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고등교육 문제다. 청년층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현 상황에서는 대학교 정원을 포함한 고등교육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여전히 과거의 점진적 대책을 유지, 반복하고 있다. 지방대 학생들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계속해서 늘고 코로나19 이후 중국 유학생들이 급감하면서 지방대의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러면 대학생들의 수도권으로의 탈출과 지방대의 위기는 서로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지방대 위기가 지역사회 위기로 이어지면 한국 사회는 큰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둘째 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의 문제다.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호남권과 영남권은 2017년 이후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 위기가 심각한 지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가 절박한 청년과 중장년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일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싼 청년들의 예민한 반응에는 이처럼 가중된 불안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셋째 부동산 문제다. 수도권에 들어오는 인구의 증가는 주거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촉발한 것이 비록 경기 부진으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유휴자금의 투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유입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주거는 늘 공급 부족 상태다. 청년층 주거비 지원과 같은 대책은 계속 늘어날 청년층 유입인구의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부동산 거래 제한하듯 수도권 인구 유입을 제한할 수도 없는 딱한 노릇이다.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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