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코로나와 한·중·일 협력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코로나와 한·중·일 협력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입력 2020-07-06 04:04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혹은 동북아 수준에서 자국중심주의라는 국민국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이 주도하는 공동대응의 국제 레짐은 형성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의 중국 비난과 비판, 유럽의 대응 실패로 결론이 났다. 한·중·일은 상호 간 입국을 사실상 제한하였다. 세계화의 특징인 인적, 물적 이동의 자유화에 역행하는 국경 봉쇄가 횡행하였다. 국가 간 연대와 협력보다는 대립과 단절이 오히려 두드러졌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 국경 봉쇄가 불가피했고, 베트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미즈기와(水際: 상륙 저지) 작전이 성공을 거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협력과 공유’보다 ‘배제와 경쟁’이 일상화되어 버린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중·일 간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자주의 인류위생 건강공동체, 건강 실크로드, 운명공동체에서 위생공동체로 등을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도 코로나 대책의 세계적인 성공사례에 힘입어 인간안보와 생명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도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대신이 한·중·일 보건장관 화상 회의에서 3개국 방역 성과를 평가하고, 한·중 양국의 경험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5월 15일 한·중·일 3개국 보건장관은 치료제, 백신 등 코로나19 관련 정보 공유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서울에 있는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안: 한·중·일의 경험과 우수 사례’를 주제로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로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동북아 지역 국제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 모두 단독적이거나 협력적인 국제 레짐 구성이 더디고, 대안부재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지리적 인접성, 문화적 동질성, 경제적 상호의존성,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 상호 협력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07년 한국이 먼저 제안한 이래 한·중·일 보건장관회의가 매년 개최됐다. 방역협력과 공동 백신 개발, 상호 긴급지원 체제 구축 등이 논의되었고, 얼마든지 가능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강제징용 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연말까지 일본기업 자산에 대해 매각 명령이 나오고,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네스코 산업유산 강제징용 피해 기술을 둘러싼 한·일 갈등,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고록에서 드러난 일본의 대북정책 방해 공작과 이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비난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G7에 한국, 러시아 등을 추가하여 G11 체제로 바꾸자는 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11월 하순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올림픽 정상 개최 지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지지, 한·중·일 3국 코로나 공동협력, 한·중·일 기업인과 연구자 등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설치, 한·중·일 FTA 등 경제협력 가속화 등 얼마든지 상호호혜적이고 협력적인 의제 합의가 가능하다.

1870년 보불전쟁,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잇달아 싸웠던 프랑스와 독일은 1963년 엘리제 조약 이래 완전한 화해와 협력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중국 대신 프랑스와 독일은 작년 4월 다자주의 연대(Alliance for Multilateralism)를 만들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등 국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30개국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한·중·일, 한·일, 중·일은 도대체 언제까지 갈등과 긴장을 이어갈 것인가.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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