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공수처 발목 잡기 당치않다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공수처 발목 잡기 당치않다

입력 2020-07-07 04:02

통합당, 처장 추천위 구성부터 거부하는 건 제도 무력화일 뿐
정치 중립성 확보 위한 인물이 처장 될 수 있게 중지 모아야
막무가내 지연 전략은 국민이 외면해…
여당도 시한에 쫓겨 무리수 두지 말고 야당과의 대화·협상 통해 해법 찾기를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복귀함으로써 파행으로 얼룩진 국회가 6일부터 정상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에서도 쟁점 현안이 즐비해 언제 다시 헛바퀴만 돌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메가톤급 뇌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여야 격돌이 우려된다.

고위 공직자 7000여명의 부정부패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는 오는 15일이 법정 출범 시한이다. 이를 감안해 지난달 24일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도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체 없는 후보 추천을 거듭 요청했다. 국회가 응답하려면 우선 후보추천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 위원회를 꾸릴 전체 추천위원은 7명이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을 제외한 4명의 위원은 여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이 2명씩 선임해야 한다. 위원 7명 중 6명 이상 동의를 받아 후보 2명이 추천돼야 이 중 1명을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법상 규정된 절차는 이렇다. 아주 엄격한 편이다. 특히 추천위에서 야당 측 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떡 먹듯이 법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킬 힘을 갖고 있는 176석의 거대 여당이라 해도 여기서는 전횡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결정권은 야당이 갖고 있다. 그럼에도 자당 몫 위원을 물색 중인 민주당과 달리 통합당이 아예 위원조차 선임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갈 태세라고 하는데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추천위가 구성된 뒤 논의 테이블에서 후보 비토권을 활용하는 것은 ‘법적 권한’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추천 자체를 마냥 거부하는 것은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 20대 국회에서 지긋지긋하게 보여준 야당의 발목잡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통합당은 2월과 5월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공수처법 헌법소원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입법·사법·행정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공수처의 삼권분립 원칙 위배 여부 등이다. 그러나 10년 전 헌재는 법률에만 규정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어 독립기구인 공수처에 대해서도 유사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언제 이뤄질지도 모를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 공수처장은 탄핵소추 대상이 아니어서 국회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구라는 주장도 얼토당토않다. 헌법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공수처법 14조에 처장, 차장, 수사처 검사의 신분 보장을 규정하면서 ‘탄핵=파면’을 적시하고 있음에도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민주당도 무리수를 둬선 안 된다. 10일도 채 남지 않은 공수처 법정 출범 날짜를 맞추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는 데만 최대 20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일단 공수처 소관 상임위원회를 법사위로 규정할 국회법 개정안, 인사청문 대상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가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추천위 운영 등에 필요한 규칙 제정안부터 야당과 협의해 통과시켜라. 제도를 완비한 뒤 그 토대 위에서 후보추천 작업을 진행하는 게 순리다. 관건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다. 누가 초대 처장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엄정 중립을 지킬 신념이 있는데다 수사 능력도 풍부한 인물을 엄선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적 논란 소지를 없애려면 민변 출신 인사들은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안과 달리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독소 조항은 스스로 제거해야 마땅하다.

거듭 말하지만 통합당은 공수처 출범 자체를 저지하려 하면 국민으로부터 또다시 외면받는다. 권력화한 검찰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20여년 만에 도입된 공수처는 대다수 국민의 오랜 염원이다. 지금 상황에선 중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으는 게 정도다. 막무가내식으로 지연 전략을 펼칠 경우 국민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특단의 조치에 호응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조속한 출범이 가능하도록 여야가 현명한 판단을 통해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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