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감정의 쓰레기통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감정의 쓰레기통

문화라 작가

입력 2020-07-08 04:07

얼마 전 후배가 오래된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가족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매번 모임에 나와서 하소연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비슷한 내용을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묵묵히 들어주었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들어주어야지’라는 생각에서였다. 몇 주 전에 그 친구를 만났는데 대화 끝에 자신에게 “왜 너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느냐”면서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말로 인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하소연을 들어주어야만 했던 피곤함이 폭발했고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자기가 힘들 때면 전화를 걸어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과 불평을 지속해서 쏟아내는 친구 때문에 고민을 하는 지인도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힘들다고 해서 들어주었는데 반복되니 부정적인 이야기를 매번 들어주기도 힘들고 전화를 끊고 나면 녹초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만 빼면 정말 좋은 친구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로움을 겪게 만드는데 왜 좋은 친구라고 평가를 할까 하는 궁금증이다. 과거에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인간관계는 쌍방향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친구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순간에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라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진심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문제는 동일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될 때이다. 친구가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풀면서 스스로 변화해나갈 생각이 없는 경우이다. 자신의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하는 친구라면 이제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인을 주거나 어렵다면 점차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내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니 말이다.

문화라 작가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