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어게인 ‘2011~2016’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어게인 ‘2011~2016’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입력 2020-07-08 04:03

2011년부터 2016년은 한국 사회사에서 매우 특이한 기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지난주 발표를 보면 이 시기는 수도권에서 인구가 순유출한 유일한 기간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사실은 그 이전부터) 인구는 줄곧 수도권으로 몰렸다. 이 추세는 2011년 처음으로 역전됐지만 2017년 다시 수도권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수도권에서 나간 인구가 더 많은 2011~2016년의 현상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올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하고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70년에도 1983만명 대 1799만명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별다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2011~2016년은 과거 50년과 미래 50년을 더한 100년 중 가장 독특한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2011~2016년을 역사의 유별난 기간으로 만든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수도권과 지방의 윈윈 시대를 열겠다며 ‘균형발전시대’를 선포했다. 비록 행정수도 이전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지방 이전 기틀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그의 임기 이후 차근차근 실현됐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시기는 2011~2016년과 겹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이 시기 수도권을 빠져나갔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수도권 유입 인구는 다시 늘고 있다.

2011~2016년은 아울러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된 시기였다. 그 배경에 관해 여러 분석이 있을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 확대, 자율형사립고 확대 정책이 기여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주택 수요의 감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거주자의 규모를 줄인 것이 2011~2016년 부동산 시장 안정의 밑거름이다. 노무현정부는 비록 집권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실패했지만 임기 이후 시장 안정에는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것은 국가의 미래에 관한 철학이 공고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 조치를 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와 현 집권 세력에게 이런 철학이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정책만 하더라도 수도권에 거주 수요가 증가하는 근본적 원인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임기 내 집값 안정만 신경 쓸 뿐 수십 년 뒤 나라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수도권 공급 물량 확대 지시는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것이다.

정부가 얼마 전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에 수도권 입지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균형발전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 지방에 가서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하겠다”고 했지만 총선이 끝나자 차기 당 지도부로 일을 미뤘다. 지방에서는 집권 세력이 수도권 표심 눈치를 보느라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 같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금 이대로라면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고 지방이 쇠퇴하는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도 수도권에 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을 늘려봐야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를 옮기든 국회를 옮기든 획기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나와야 한다. 2011~2016년의 수도권 인구 순유출 현상이 다시 일어나야 나라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지방에도 미래가 생긴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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