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의학 칼럼] 인간을 고독하게 창조하신 이유

국민일보

[성경 의학 칼럼] 인간을 고독하게 창조하신 이유

입력 2020-07-10 17:13 수정 2020-07-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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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장 18절은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다. 이를 통해 아름다워서 고독한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디모데후서에는 고독한 바울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말년에 투옥되고 만다. 이때 극심한 고독과 쓸쓸함에 빠지고 말았다.

차디찬 감옥에서 추위를 막을 외투 한벌 없이 떨고 있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바울의 곁을 지키던 데마도 세상을 향해 떠났다. 육신도 병들었다.

힘차게 복음을 전하던 전도자인 바울조차 고독에 몸부림치는 걸 볼 수 있다. 너무 외로워 디모데에게 편지를 썼다. 주님이 함께하시는데 왜 고독하냐고 탓할 수도 없다. 주님이 함께하더라도 인간은 항상 고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수님도 고독하셨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를 홀로 버려두고 떠날 것이다.”

그리고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셨는데 야속하게도 제자들은 졸기 시작했다. 그런 제자들을 보며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이렇다.

“내 마음이 심히 괴로우니 함께 깨어서 기도해 줄 수 있겠니.” 예수님도 혼자 되는 게 싫어 제자들에게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던 것이다.

고독은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다. 숙명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고독한 존재로 만드셨다. 창세기를 볼 때마다 인간에게 깃든 고독의 단면을 본다.

고독은 타락의 결과도 아니다. 타락 이전에도 인간은 고독했다. 하나님과 같이 동산을 거닐던 아담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나님께서 아담이 자는 모습을 보시고 안쓰러워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독처하는 게 좋지 않구나.”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아담은 고독한 존재였다. 결국, 고독은 창조 때부터 인간에게 내재된 원형이다.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의 원형을 고독하게 만드신 것이다.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 이유가 뭘까. 고독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고독한 느낌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라는 존재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나랑 똑같은 존재가 한 명 더 있다면 고독할 이유가 없다.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쌍둥이조차 똑같지 않다.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모든 것이 다르다. 비슷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같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단 한 명뿐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할 때부터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 주셨다. 유일하다는 것은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일한 나는 가장 위대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 유일성 때문에 우리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고독감은 떨쳐내야 할 이물질이 아니다.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우리는 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는다. 피곤하면 잠을 청하는 게 상식이다. 그걸 정죄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고독이 그렇다. 마치 내 안에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으며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울음도 있고 슬픔도 있으며, 고독도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고독한 본성을 주신 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단독자로 세우기 위함이었다. 우리를 유일한 가치이자 인격적 가치로 만드신 것도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기 원하셨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유일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들이 된 것이다. 그리고 고독한 존재이기도 하다. 고독해야 하나님께 의지하는 법이다.

우리 모두는 고독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고독하기에 하나님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답기 때문에 고독한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