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강남 불패’의 주범은 과연 누구인가

국민일보

[샛강에서] ‘강남 불패’의 주범은 과연 누구인가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입력 2020-07-09 04:02

문재인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곧 나올 모양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호출한 자리에서다. 엄중함과 다급함이 묻어난다. 6·17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이다. 정책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면서 욕망을 먹고 자란다는 부동산 시장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30여 차례나 쏟아낸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아파트값이 잇따라 폭등하자 2007년 신년 연설에서 결국 이렇게 사과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죄송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또 국민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부동산 보고서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 크다. ‘과거 냉온탕식 정책에 의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으므로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노무현정부의 핵심 참모였던 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몸담았던 과거 정부의 악순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이었다.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부지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공사,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산업 단지 조성사업,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이 그것이다. GBC 건설공사가 5월 11일 시작된 데 이어 잠실 MICE 산업단지에 대한 적격성 조사는 지난달 5일 완료됐다. 7일 뒤에는 영동대로 지하화 건설공사 발주계획이 등록되면서 부동산값 상승을 촉발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런 개발 호재의 여파로 부동산이 과열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1년간 이 지역(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6·17 대책의 핵심이다. 현금이 없으면 강남으로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식이다.

강남의 대형 사업이 가져올 충격파는 이미 예견됐다. GBC 공사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 9월 한국전력으로부터 삼성동 부지를 매입한 뒤 추진했던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신청한 GBC 사업 계획안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서면 심의를 통과했고, 5월 초 착공이 승인됐다. 잠실 MICE 개발 계획안은 2016년 4월 모습을 드러낸 뒤 적격성 조사가 지난달 초 마무리됐다. 2017년 6월에는 영동대로 지하에 철도 노선 7개가 동시에 지나가는 복합환승센터 건립 기본계획이 확정된 데 이어 지난달 초 발주계획까지 등록됐다.

하나같이 강남 지형을 바꿔놓을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펄펄 끓는 수요에 대형 개발 사업은 강남으로의 쏠림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강남 집중화는 심화됐다. 수많은 개발 호재에다 교육 정책까지 강남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꼴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발 계획 등을 정밀하게 분산시킬 수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켰고 강남 집값 폭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 이유는 없다”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 ‘똘똘한 한 채’는 역시 강남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행태는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 10명 중 1명꼴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은 무엇을 말해주나. ‘강남 불패’를 만든 주범이 과연 누구인가.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